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산업 경쟁의 본질이 '투자 전쟁'이라며, 생산적 금융이야말로 한국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보다 금융 정책 흐름을 설명하는 일종의 '백브리핑의 백브리핑' 성격으로 진행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지난 9월 취임 이후 약 두 달 만에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생산적 금융' 키워드를 13차례 언급하며 정책 의지를 쏟아냈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에 쏠린 자본을 혁신·벤처·미래 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 기조다. 이 일환으로 150조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 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잇따라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핵심을 '투자 전쟁'으로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월가라는 강력한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AI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중국은 국가 자본주의 체제 아래 막대한 보조금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데 자금을 모아낼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한국도 미래 산업을 뒷받침할 만큼의 투자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민간이 나서기엔 모험자본의 규모가 크고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 섣불리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자금과 국민성장펀드가 마중물이 되어 위험을 분담하고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주저하던 민간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는 내달 10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12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IMA, 이달 1호 사례…보이스피싱 무과실배상 연내 입법"
이 원장은 최근 주요 현안의 진행 상황도 직접 설명했다. 우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지정 상황에 대해서는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면 아마 이번 달 내에 첫 번째 지정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실무 작업을 마쳤으며, 현재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또 법원 영장 없이 범죄조직의 자금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선제적 의심계좌 정지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 대책과 관련해서는 금융회사가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금융회사에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하겠다"며 "연내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 대응책으로는 임원의 보수를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back·보수환수제)'과, 임원 개인별 보수를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명륜당 사태'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유사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말했다.
'빚내서 투자' 흐름에 "건전성 위협 줄 정도 아냐"
이날 간담회에서는 금융권 최대 이슈인 '가계대출'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시 높아진 데 대해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1조 원 이상 늘었지만, 건전성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최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점에 대해선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위험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 강남 개포동의 재건축 아파트를 갭투자로 사들여 '부동산 일타강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3년도에 해외에 나가면서 전세를 놓고 나간 부분도 있다"며 "공직자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