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구 140만의 강소국가 에스토니아는 유럽 기후산업 전환의 실험실이다. 수소 산업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핵심 기술을 육성하며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에너지 시장 속에서 에스토니아의 혁신 전략을 통해 한국의 탄소중립 해법을 모색한다.



라이너 쿵가스 스타게이트 하이드로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한 실험실에서 수소에너지 생산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탈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만 끝나는 나라가 아니라, 그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캡틴프라이드게임
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에스토니아 출신 과학자 라이너 쿵가스 스타게이트 하이드로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탈린 공대 연구실에서 뉴스1과 만나 '기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쿵가스 CTO는 에스토니아가 자랑하는인포라인
'공학 천재'다. 전액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약 15년간 수소와 전기분해 기술을 연구했다. 본국에 돌아간 뒤로는 스타게이트를 창업하며 연구성과를 사업으로 연결했다.
스타게이트는 알카라인 수전해 장비를 개발·제조하는 기업으로, 차세대 수소 생산 기술을 통해 재생알짜증권
에너지 기반의 녹색수소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스타게이트의 경영은 마르코 비르케바우 대표가 맡고 있으며 사업화와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기술 개발·상업화는 쿵가스 CTO가 주도한다. 이들은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독점하는 희귀금속 대신 세라믹을 촉매로 사용하는 차세대 수전해 장비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기존 POSCO 주식
귀금속 기반 장비보다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도 효율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을 달성했다는 게 자체·학계 평가다. 특히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귀금속 공급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3월 시리즈 A 투자를 완료했는데, 신규발행 지분이 15~25% 수준인 걸 감안하면 현재 스타게이트의 기업가치는 약 7500만 유로(약 10종목추천사이트
00억 원)로 추정된다. 9월에는 스페인 에너지 대기업 레프솔(Repsol)이 지분 참여에 뛰어들었는데 단 6개월 새 기술 가치가 다시 상승해 3.6% 확보에 그쳤다. 인구 140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 출발한 기후 스타트업이 세계 수소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민관학 연계 청년 연구단체 '솔라라이드'(Solaride)가 만든 태양광 기반 관리 도구 탑재 태양광 발전 차량 ⓒ 뉴스1 황덕현 기자


쿵가스 CTO는 "덴마크 대기업에서 연구가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깨닫고, 귀국 후 세라믹 기술을 알카라인 전해에 접목해 한계를 넘는 장비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술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이 개략적으로 설계한 실험실 수준의 연구였던 걸 쿵가스 CTO가 1000회가량의 반복 실험을 통해 성능과 안정성을 끌어올려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됐다. 기초 연구가 실제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과학적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술 상용화'의 대표적 사례다.
쿵가스 CTO는 "세라믹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저렴한 재료로, 특정 국가의 공급망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기후 기술의 공급망 안보적 성과 또한 강조했다.
한국의 SK와 삼성 등도 이런 기술적·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스타게이트의 성장은 기술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배경에는 에스토니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있었다. 정부는 대학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해, 학생과 연구자들이 초기 아이디어만으로도 수십만 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지원금은 프로젝트가 상업화에 실패하더라도 후속 연구 자금 수급에 제약이 없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연구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다. 다만 '지원금 도둑'을 막기 위해 분기마다 보고서를 제출해 연구 진행 상황만 확인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 이러한 유연한 제도는 연구가 논문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핵심 기반이 됐다.
에스토니아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민관학 협업의 태양광 모빌리티 프로젝트 '솔라라이드'(Solaride)가 있다. 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 출전을 준비 중이던 학생들을 국영 에너지 기업 에네핏Enefit Green) 이 지원하면서 커진 프로젝트인데, 브리지스톤 월드 솔라 챌린지(BWSC)에서 1회 충전 3022㎞를 달려 2위를 차지하는 등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뒀다. 학생들은 직접 개발·운용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경험을 바탕으로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에 취업하거나, 에스토니아 내에서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초기에는 교육 목적이 강했지만, 지금은 산업 생태계로 확장돼, 기후·에너지 분야의 차세대 인력을 키워내는 실험실이자 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 멘토링 총괄인 크리스티안 쿠히 에스티에네르기아 경영이사는 “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곧 국가를 대표하는 기술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며 “청년들이 단순한 경진대회 참가자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산업의 혁신을 이끌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스타게이트 하이드로젠의 알칼라인 수전해 장비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이 모델은 단순히 한 번의 경주가 아니라, 국가가 미래 일꾼을 길러내고 산업계가 이를 받아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이 같은 기후 테크 촉진 상황은 신규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게이트의 경우 창업 당시 10명 내외이던 게 현재 65명의 직접 고용을 창출했으며, 부품사와 공급망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확산했다. 작은 나라의 스타트업이 청년 인재를 끌어들이고 지방 거점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낸 것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부족, 지방 제조업 붕괴, 출산율 급락이라는 삼중 위기 속에 있는 한국에도 스타게이트와 솔라라이드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논문에 머물고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쿵가스 CTO는 "한국의 연구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산업화와 창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기후와 에너지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곧바로 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