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서구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증이 갑자기 증가했다. ⓒ시사IN 이명익



지난 10월 초 덴마크 총리는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SNS)가 아이들의 유년기를 앗아갔다”라며 15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도 10여 년 전 초등학생 딸에게 스마트폰을 주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다른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게임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서구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증이 갑자기 증가했다. 미국 10대의 경우2020년 우울증 발생빈도가 2010년과 비교하여 2.5배 증가했다. 자해로 바다이야기슬롯 응급실을 찾은 10~14세 여자아이의 수는 세 배, 15~20세는 두 배 증가했다. 청소년의 자살률도 급증했다. 대체 2010~2015년 서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불안 세대〉는 이 시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열광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이 청소년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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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장과정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동물은 대개 처음에 빠르게 성장하고 이후는 별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처음 2년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이후 7~8년 동안 느리게 성장하고, 10대에 다시 급격히 성장하다가 몇 년 후 멈춘다. 인간은 성인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두 번째 성장기, 그러니까 사춘기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혹은 청소년기는 인간이 가진 특별한 성장 기간이다. 뇌는 5세면 완전한 크기의 90%에 이르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성장은 생물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역량이란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며, 이런 바다신릴게임 능력을 키우는 데는 함께하는 놀이가 중요하다고 한다. 놀이는 공부나 학습과 다르다. 놀이는 자유로워야 한다. 자유로운 놀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규칙을 만들면서 놀이 그 자체를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한다. 소셜미디어의 소통은 자유 놀이와 완전히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게재하는 사진이나 댓글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면서 자기 브랜드의 관리자가 되도록 강요한다. 소셜미디어 활동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이는 더 많은 팔로어와 좋아요, 댓글을 받기 위해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문화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세상에 내던져지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빼앗아가는 것

인간은 함께 모여 동기화되어 행동할 때 큰 기쁨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는 큰돈을 내고 콘서트장, 음악회장, 스포츠 경기장을 가고, 때가 되면 입학식·결혼식·장례식, 각종 기념식 등을 치르며 함께 동기화되어 손뼉을 치거나 노래를 부른다.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의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는 인간에게 집단 의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놀이는 아이들이 대면으로 만나 동기화된 활동, 즉 육체적으로 상호작용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대면으로 만나는 시간을 빼앗는다. 더구나 소셜미디어 활동은 동기화된 행동이라기보다 활동에 대한 평가를 기다리는 일종의 ‘일’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그 활동이 즐겁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그 일을 하지 않을 때 또래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을 피하려고 강박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늦은 저녁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횡단보도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사실 스마트폰은 놀라운 기계다. 현재의 스마트폰은 1990년대에 필자가 카이스트에서 사용했던 최첨단 워크스테이션보다 모든 점에서 더 우수하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능력을 몇 배로 증폭시킨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모든 기술에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폰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의 하나는 ‘중독’이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작은 컴퓨터가 아니다. 컴퓨터는 침대에 누워서 볼 수 없지만, 스마트폰은 침대는 물론 화장실에서조차 볼 수 있다. 중독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왜 무언가에 중독될까?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틈만 나면 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미 몇 시간이나 소셜미디어를 했는데도 또 하고 싶다. 왜냐하면 부족함, 즉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결핍은 소셜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은 몸에 영양이 과잉인데도 끝없이 먹는다. 우리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돈을 아무리 벌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 왜 우리는 끝없이 결핍을 느낄까?


답은 간단한데, 결핍을 느끼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인류는 대개 굶주림 속에 살았다.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결핍을 느끼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우리 몸에는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과 관련된 화학물질이 있다. 쾌락의 호르몬이라 알려진 ‘도파민’이다. 사실 도파민 자체가 쾌락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우리가 무언가 갈망할 때, 그것을 실제 얻는 순간이 아니라 그것을 기대하고 추구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즉, 우리가 (쾌락이라는) 보상을 추구할 가능성을 높이는 호르몬이 도파민인 셈이다. 도파민은 왜 이런 식으로 작동할까?


선사시대에 굶주린 인간이 사냥감을 찾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덤불 속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린다. 사냥감일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흥분된다. 위험한 독사일 수도 있지만 배가 고프니 용기를 내어 들어가본다. 토끼다! 그런데 놓치고 말았다. 이미 늦었지만 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따라간다. 다시 도파민이 분비되고 흥분이 고조된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기대될 때 도파민은 우리에게 기운을 북돋아서 포기하지 않고 그 일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한다.


마이클 이스터의 〈가짜 결핍〉은 도파민의 작동 원리에 기반한 ‘결핍의 고리’가 중독을 일으키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결핍의 고리는 기회의 발견, 예측 불가능한 보상, 즉각적 반복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도박이야말로 전형적인 예다. 돈 벌 기회가 있고, 이번 판에 돈을 딸지 잃을지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이 있으며, 한 판이 끝나면 다음 판을 즉시 반복할 수 있다. 곰곰이 살펴보면 결핍의 고리는 유튜브, 소셜미디어, 포르노, 쇼핑, 금융, 도박, 게임, 뉴스 등의 스마트폰의 프로그램 어디에나 있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릴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두 가지 주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상의 주제는 계속 바뀌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주제가 때때로 등장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다음 영상을 기대하며 추천 알고리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스마트폰 중독 면에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자아이는 주로 소셜미디어에 중독되고, 남자아이는 게임과 포르노에 중독된다. 현대는 과거와 비교하여 완전히 다른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몸을 쓰기보다 지능을 쓰고, 장시간 집중하고,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 엄청나게 다양한 상황에서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도파민의 명령 “계속해, 계속!”

이런 능력은 남성보다 여성이 일반적으로 더 낫다고 알려져 있다. 세상이 젊은 남성에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육체적으로 부딪치고 동료들과 우정을 나누고 성관계 상대를 찾고 싶은 남자아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세상에서 점차 멀어져서 게임 속에서 모험하고 포르노에서 성적 만족을 찾기 쉽다.




응원전을 펼치는 프로야구 관중들. 인간은 함께 모여 동기화된 행동을 할 때 기쁨을 얻는다. ⓒ연합뉴스



포르노야말로 도파민 중독의 전형적인 사례다. 앞서 말했듯이 도파민은 만족의 호르몬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바라며 기대하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계속해, 계속! 만족이 바로 저 앞에 있어!”라고 외치며 끝없이 다음 포르노 동영상을 클릭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더구나 포르노에 탐닉할수록 도파민 자극이 무뎌져서 더 강하고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된다. 포르노에 중독된 남성은 실제 성관계에서 만족을 느끼기가 점차 어려워진다고 한다. 게리 윌슨의 〈포르노, 그리고 당신의 뇌〉에 따르면 포르노가 일으키는 뇌의 생물학적 변화는 필로폰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이 일으키는 변화와 비슷하다. 이들 마약은 뇌과학적으로 성관계와 관련한 메커니즘을 가로채기 때문에 강렬하다. 바로 포르노가 건드리는 지점이다.


게임은 좀 미묘한데, 포르노와 달리 게임을 적당히 하면 청소년의 인지기능과 지적 능력이 향상되거나 우울감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하지만 게임은 청소년의 많은 시간을 빼앗기에 기회비용이 크다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물론 지나치면 중독될 수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 청소년은 서구의 청소년과 비교할 때 스마트폰의 영향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감, 자살률 등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가 2015년 정도까지 오히려 꾸준히 좋아지다가 이후 조금씩 나빠지는 패턴을 보인다. 이에 대해 〈불안 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한국 아이들이 이미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로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상태여서 스마트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우리 청소년은 스마트폰으로 더 나빠지지조차 못할 만큼 이미 안 좋은 상태라는 뜻일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슬픈 이야기다.


현대인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다. 하지만 아동과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은 때로 매우 해로울 수 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은 아이를 혼자 위험한 오지에 보내는 것과 비슷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스마트폰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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