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유튜브 드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돈벌이를 위한 유튜브 채널 개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학생부터 성인까지 유튜버가 선망의 직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채널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작용도 심각하다. 구독자 확보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영상이나 가짜뉴스를 마구 퍼트리고, 심지어 조폭 출신들은 자신들의 경험담을 담은 '범죄 콘텐츠'까지 제작하고 있다. 유튜버들의 살인·강간·협박·명예훼손 등 범죄행위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원인과 배경은 바로 '돈'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광고 수익을 창출하려면 만 18세 이상으로서 유튜 바다이야기하는법 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해야 한다. 구독자 1000명, 최근 365일 동영상 4000시간 시청이나 최근 90일 쇼츠 1000만 회를 넘기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보통 동영상 조회 수 1000회당 약 1400원(1달러)의 광고 수익을 나눠준다. 10만 뷰만 달성해도 약 14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유튜버들 사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이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쟁 유튜버들끼리 갈등하다 서로 죽이고 죽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부산에 거주하는 조직폭력배 출신 홍아무개씨(남·56)는 2020년쯤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는 일상생활과 과거 자신의 조폭 경험담 등 자극적 방송을 하며 약 90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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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법원 앞에서 생방송하던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특가법상 보복살인)를 받는 50대 유튜버가 2024년 5월16일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앞 대낮 살인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그는 자신의 채널과 비슷한 온라인야마토게임 콘텐츠를 방송하거나 구독자가 겹치는 유튜버들에게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격했다. 2021년쯤에는 동종 콘텐츠를 제작하는 조아무개씨(남·50)를 알게 된다. 경기도 오산에 사는 조씨는 구독자 약 4900명을 보유하며 홍씨와는 경쟁관계에 있었다. 
2023년 7월부터 홍씨는 조씨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씨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게임몰 성적으로 모욕하는 방송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때부터 둘은 서로 조롱하고 비방하는 영상을 제작하며 앙숙이 된다. 홍씨가 조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고소전도 시작된다. 조씨가 홍씨를 고소한 사건이 68건에 이르고, 홍씨가 조씨를 고소한 것도 14건에 달했다. 
결국 홍씨는 조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지난해 5월9일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조씨가 홍씨를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의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조씨는 이 재판을 참관하겠다고 자신의 채널에 공지했다. 그는 또 부산법원으로 가는 과정을 라이브로 방송했다. 홍씨는 이 방송을 보고 실시간으로 조씨의 위치를 파악했다. 
오전 9시46분쯤, 조씨가 법원 건너편 횡단보도 앞에 서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방송 장비를 든 홍씨가 나타나더니 뒤쪽에서 조씨를 흉기로 한 차례 찌르고 발로 차 넘어뜨렸다. 조씨가 일어나려고 하자 왼쪽 가슴을 찌른 후 흉기를 무차별 휘둘렀다. 이 장면은 조씨의 유튜브 방송에 그대로 찍혀 생중계됐다. 대낮 살인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된 것이다.
흉기에 찔린 조씨는 행인들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범행 후 홍씨는 미리 준비한 렌터카를 타고 도주했으나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경북 경주에서 붙잡혔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는 글까지 남기는 여유를 부렸다.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홍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6월11일 필리핀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며 14세 소녀를 임신시킨 정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필리핀 국가조정센터(NCC-OSAEC-CSAEM) 제공


이슈 때마다 '정의' 앞세운 돈벌이 활개
조폭 출신들의 유튜브 진출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활동하는 조폭 출신 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는 23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올린 영상은 지난해 8월 기준 총 1630개였다. 대부분은 조폭이나 폭력을 미화하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거나 음주·흡연 장면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들도 구독자 확보와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지만, 유튜브 차원의 제재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3년 9월에는 조폭 저격 콘텐츠를 방송하던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경기도 안산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3명의 괴한으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손에 너클을 끼고 피해자의 얼굴을 수차례 폭행하고,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친 뒤 도주했다. 경찰 수사 결과 괴한들은 수원남문파 소속으로, 같은 조직원인 A씨가 부하들에게 폭행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특수상해 교사 혐의로 입건했으나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통보를 받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유튜버들에게 '성폭력 사건'은 최대 먹잇감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정의를 세우는 것처럼 포장한 후 성폭행 가해자의 신상을 무차별 공개하거나, 공론화를 원하지 않는 피해자까지 찾아내 도움을 주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영상을 제작한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남자 고교생 44명이 여중생 한 명을 1년 동안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사건 자체가 자극적이다 보니 유튜버들의 단골 소재가 됐다. 사건 발생 20년째인 지난해 6월에는 유튜버들이 피해자와 그 가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하는 것처럼 허위로 꾸며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목적 또한 '정의'가 아닌 '돈벌이'였다.
가해자들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한 유튜버 '전투토끼'의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일부 가해자에게 사과 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해당 가해자들 가족 신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협박·강요한 혐의도 받았다. 
충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그의 아내는 가해자 등 수십 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뒤 남편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사진을 유튜브에 올린 B씨(남·45)에게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또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나락보관소' 등 유튜버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처럼 접근한 후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며 후원금을 받는 유튜버들도 있다. 정아무개씨(남·55)는 필리핀에서 빈곤 아동에게 공부방을 제공하고, 봉사활동을 한다며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받아왔다. 
그는 후원금으로 공부방을 새로 마련하고 아동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됐다며 꾸준히 영상을 올렸는데, 지금까지 업로드한 영상이 2000개에 달한다. 이런 그가 6월11일 북부 민다나오 카가얀 데 오로시의 거주지에서 아동학대와 착취 및 차별금지법, 강간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필리핀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14세 소녀와 동거하고 임신시켜 출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녀는 남자아이를 출산했고, 유전자 검사 결과 아버지는 정씨로 확인됐다. 
정씨의 목적은 빈곤 아동 지원이 아니라 '빈곤 포르노' 제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담아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들을 성착취하는데, 정씨의 아이를 출산한 소녀가 그 피해자인 것이다. 정씨 외에도 빈곤 포르노를 제작하며 후원금을 받는 유튜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짜깁기·자극적 영상으로 조회 수를 노리는 사이버 레커들의 활동도 여전하다.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하고 금전을 갈취한 사건으로 카라큘라, 크로커다일, 구제역, 주작감별사 등 일부 유튜버가 법적 처벌을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영상들이 경쟁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점을 악용해 '한 건'을 노리기 때문이다. 



10월17일 경기도 부천에서는 유튜버의 행패가 심하자 시장과 시민들이 '막장 유튜버 근절'을 위한 가두 캠페인을 진행했다. ⓒ부천시 제공


유튜브 영상 보고 범행 대상 고르는 사례도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갈취, 영업방해와 행패, 고성방가, 욕설, 음란 방송 등 막장 유튜버들의 악행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막장 유튜버의 성지로 불리는 부천역 일대에서는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하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30대 남녀가 입건됐다. 이들을 지켜보던 유튜버들은 이들의 행위를 촬영하며 방송 콘텐츠로 활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한 유튜버들도 모욕죄로 입건됐다. 막장 유튜버들의 행패가 심해지자 조용익 부천시장과 시민들이 '부천역 막장 유튜버 근절을 위한 가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범죄자들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범죄 정보를 입수한 후 범행 대상을 선정하고, 실제 범행에 나서기도 한다. 
2017년 3월11일 한 유명 유튜버는 서울 강남의 한 왁싱숍을 찾아가 제모 시술을 받고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미녀 왁싱사 섭외'라는 자막을 올리고, 발기를 의미하는 '섰다'라는 단어를 자막으로 내보내는 등 선정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왁싱숍 여성 업주의 얼굴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 업주가 다른 직원 없이 혼자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서 왁싱숍을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위치까지 언급했다.
유튜브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배아무개씨(남·31)는 이 영상을 보고 범행계획을 세운다. 그는 해당 가게를 찾아가 30대 여성 업주에게 약 40분에 걸쳐 왁싱 시술을 받은 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찌른 후 강간을 시도하다 생리 중인 것을 알고는 살해한다. 이 사건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무심코 공개되는 정보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이 밖에 유튜브에서는 사제총기와 폭탄 제조법, 독극물 제조법 등 수많은 범죄 정보가 난무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 등에 가로막혀 제재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유튜버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정치적 악용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유튜버들이 범죄 세계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