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최대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Gerald R Ford)함이 11일 미 남부사령부의 작전구역인 남미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고,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션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항모가 마약 밀매를 차단하고 초(超)국가적 범죄 조직을 약화하고 해체하는 기존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모(航母) 포드함이 카리브ㆍ남미 해역에 배치되면서,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와 유럽사령부에는 현재 한 척의 항모도 없다.



9월 24일 북해에서 전개된 ‘2025 나토 넵튠 스트라이크’ 군사훈련에 백경게임 참여한 제럴드 R 포드 항모에서 F-18E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1일 포드 항모가 카리브해를 관할하는 미 남부사령부의 작전 해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제럴드 R 포드 항모엔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F/A-18 전투기와 적의 방공망을 교란할 수 있는 EA-1 릴게임야마토 8G 그라울러(Growler) 전자전기 등 수십 대의 전술항공기와 4000여 명의 승조원이 있다. 또 기존에 카리브해에 배치된 미 구축함 8척과 핵추진 잠수함 1척 외에, 지상 공격 크루즈 미사일과 대공(對空) 방어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 구축함 베인브리지ㆍ마한ㆍ윈스턴 S 처칠함이 포드 항모를 따르고 있다.
이로써 방공 시스템을 비롯한 베 릴게임몰메가 네수엘라 내 타깃을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의 해상 전력은 더욱 강화됐고, 양국 간 대립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맞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현상황을 “100년만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육상ㆍ공중ㆍ하천에 미사일 부대와 민병대까지 “대규모 배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파르리노 로페즈 국방장관도 국영 바다이야기모바일 방송에서 “전국에 20만 명 가까운 병력이 배치됐으며, 군사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카리브해와 동(東)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지목된 선박들을 19차례 공격했고, 76명을 살해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인 무력 행사에 대한 미국 안팎의 우려도 커진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민간인들을 바다이야기게임장 재판 없이 처형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11일 “영국 정보기관과 군(軍)은 미국과 동맹이지만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혐의 선박에 대한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카리브해에 다양한 정보 자산을 두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마약과의 싸움이 카리브해의 인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미 안보기관과의 소통과 협력을 중단한다”고 소셜미디어 X에 썼다.
또 10일 남미ㆍ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 참석한 60국 정상 중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를 제외한 58국 정상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무력 사용이나 위협,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반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한다”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두 나라는 더 강력한 미국 비판을 원하며, 서명을 거부했다.
◇1989년 파나마 침공의 재탕?
미국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89년 12월20일 2만7000명의 미군을 투입해서 파나마를 침공했다. 10여 일에 걸친 ‘올바른 대의(Just Cause)’ 작전 끝에, 뇌물을 받고 미국으로 코카인을 밀반입하는 루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했다.
침공의 직접적인 계기는 12월 16일 노리에가 친위 병력이 파나마 운하를 지키는 미 해병대의 검문소를 공격해 미 해병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당한 사건이었다.
작전이 시작되자, 미 해군 네이비실(Navy SEAL) 대원들이 그의 개인 제트기와 보트를 폭파해 해외 도주를 막았고, 노리에가는 애인과 함께 흰색 현대 소형차를 타고 바티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노리에가가 외교 공관으로 피신하자, 미군은 바티칸 대사관 주변에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미군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서 건즈앤로지즈(Guns N’ Roses), 본 조비, 밴 헤일런, U2,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 등의 헤비메탈 음악을 24시간 내내 틀어댔다.



1990년 1월 3일 미국 마약단속국 직원들이 항복한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을 체인에 묶어 미 군용기에 태우고 있다.


반복적인 굉음과 진동, 대사관을 둘러싼 전차의 압박 속에서 노리에가는 무너졌고 바티칸 대사관에서 11일을 버티다가 1990년 1월3일 항복했다. 노리에가는 이후 미국 플로리다로 압송돼 마약 밀매ㆍ뇌물 수수ㆍ살인 교사 등의 혐의로 40년 형을 선고 받았고, 미국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건강 악화로 2011년 파나마로 옮겨졌다. 2017년 5월 수감 상태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사망(83세)했다.
마두로(56)나 트럼프 모두 굴욕적인 최후를 맞이한 노리에가(체포 당시 55세)의 운명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들은 1989년의 파나마와 2025년의 베네수엘라를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1988년 파나마시티의 한 집회에서 정글칼 마체테를 휘두르는 노리에가(왼쪽)와 지난 10월 카라카스 집회에서 마체테를 손에 든 마두로.


노리에가와 마두로는 모두 미국이 합법적인 통치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마약 밀매 혐의를 받고 있다는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마두로는 2018년 대선 부정 의혹으로 인해, 이듬해 전국적으로 일었던 거센 반정부 시위를 견뎌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권교체 시도도 실패했다.
게다가 베네수엘라는 파나마보다 12배 크고(남한의 9배), 2850만 명의 인구는 1989년 파나마의 10배 이상이다. 당시 고작 1만8000명의 파나마 방위군은 네이비실 대원 4명을 포함해 미군 23명을 사살했다. 마두로는 쿠바로부터 제공받은 엘리트 경호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영국 “동맹이지만, 공범은 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해(公海)상에서 마약 밀수범들을 공습으로 살해하는 것에 대해,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인 볼커 튀르크는 10월31일 미국의 작전은 “비(非)사법적 살해(extrajudicial killing)에 해당하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은 이런 ‘살해’가 자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기인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약 한 달 전부터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영국 해군의 한 관계자는 더 타임스에 “우리는 단순히 마약밀매 의심이 든다고 선박을 폭파하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해군의 HMS 트렌트(Trent)함은 작년 9월, 미국 해안경비대ㆍ미 해군 초계기와 협력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남쪽으로 190 해리 떨어진 카리브해에서 마약운반용 반(半)잠수정을 나포했다. 약 1억6000만 파운드(약 3040억 원) 어치의 코카인을 압수하고 11명을 체포했다.
더 타임스는 “밀수범들을 ‘범죄자’로 다루는 한도 내에서는 GCHQ(영국 정부통신본부ㆍ사이버 정보기관) 등이 카리브해의 마약 카르텔 선박ㆍ승선 인원 정보를 수집해 미국에 제공하는 협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영국 정보기관은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https://www.chosun.com/tag/oneshot/)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