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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59조462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온 가운데, 올해에만 9개월 만에 약 30조원이 증가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26년에는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37년에는 100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환대출이란 분석도 나온다.
퇴직연금 시장의 외형이 빠르게 커지면서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이동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은행·보험에서 증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일어나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3분기 기준 은행권 적립금은 총 241조418억원으로 전체의 52.4%를 차 개인회생 변제금 지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60% 이상을 점유하던 은행의 우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분기 또한 직전 분기와 비교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13조원 이상 늘었는데, 이 중 증권사 적립액만 7조원 가량 증가했다. 은행(5조4802억원), 보험(1조2385억원)의 증가폭을 훨씬 웃돈다. 신규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되거나 기존 은행 일자리 ·보험 계좌에서 옮겨온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권별로 수익률에 편차가 나타나면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원리금비보장 기준)은 증권사가 15.96%로 가장 높았다. 은행 14.54%, 보험사 13.9% 순이었다. 증권사의 높은 수익률은 국내외 주식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토지 타깃데이트펀드(TDF)·자산배분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증권사 간 순위 경쟁도 재편되고 있다.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적립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편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뒤를 이어왔다. 그러나 3분기말 기준 삼성증권이 현대차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 직장인 증권의 3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액은 18조865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DC형과 IRP가 고르게 성장했고 그룹 계열사의 DC 가입이 빠르게 확대된 점이 순위 상승의 발판이 됐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기금화해 체계적으로 운용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43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적립금을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가 부양과 노후자산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은 현재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확정급여(DB)형, 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외에 퇴직연금기금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주는 안을 발의했다. 2022년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 도입됐는데, 이와 유사한 구조다.
이를 비롯해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30인 이하인 중소기업퇴직연금을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근로복지공단 내에 퇴직연금기금 전문 운용 조직을 두자고 제안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기업퇴직연금 가입 대상을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안호영 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은 퇴직연금공단을 별도로 만들자는 안을 내놨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의 82.6%가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쏠려는데, 이를 기금화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장기·분산 투자가 가능하게 되면 퇴직연금 가입자의 노후 소득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의 기금화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장기적으로는 운용 효율성과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금의 운용 주체가 공공기관으로 일원화될 경우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경쟁을 해야 자체적인 자정 작용이 일어난다"며 "현재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구분된 다층 연금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