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주말 아침,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5월 정신은 대한민국의 긍지가 될 것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한 뒤 되돌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약 5시간 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오늘의관심종목
한 발언입니다.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호남과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러브콜이었죠. 12·3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접견해 논란을 일으켰던 장 대표의 갑작스러운 변침은 의외였습니다. 그는 정치부 기자들에게 "매월 한 차례씩 호남을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대표 지시로 다음 달 호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식양도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매달 호남 찾겠다는 장동혁… 왜?
국민의힘 지도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국 보수정당의 뿌리가 과거 군사정권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부채의식을 털기 위한 상징적 행보였죠.2020년 8월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10만원주식투자
·18민주묘지를 찾아 "군사정권에 반대했던 국민에게 사죄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2021년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2024년 1월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도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약속했습니다. 2021년 11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5·18민주묘지를 방문했투자대회
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을 대하는 호남의 반응은 항상 싸늘했습니다. 장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날 광주 지역 시민단체는 장 대표를 향해 “내란공범” “장동혁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습니다. 결국 방명록도 적지 못한 채 먼발치에서 '5초 묵념'만 한 뒤 쫓기듯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장 대표는 매달 호남바다이야기게임다운
을 찾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호남 광역단체장을 배출하는 건 매우 어려운데 말입니다.

장동혁, 중도 확장 시동…지선 이기면 정치적 입지 확보
장 대표가 싸늘한 반응에도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매달 호남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건 중도층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단 호남 지역만을 향한 구애가 아니란 겁니다. 그간 국민의힘 지도부가 호남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죠. 한 당직자는 "일부 중도층에선 국민의힘이라고 하면 여전히 군사정권 이미지를 떠올린다"며 "5·18민주묘지, 호남을 찾아가 사과를 하는 건 이런 이미지를 극복해 중도층 지지를 어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 가장 '약한 고리'인 호남에 가장 공을 들여 전국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는 심산입니다. 호남에 구애하는 모습만으로 쇄신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으니까요.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어게인'을 외쳤던 장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강성 보수층 지지를 확고하게 얻은 뒤 중도층 마음을 잡겠다"고 공언했죠. 장 대표의 호남 프로젝트는 그러니까, 내년 지방선거 승리 전략인 셈이죠.



장동혁(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탄압과 불법특검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실제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장 대표에게 절실합니다. '정치인 장동혁'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내 리더십 공고화를 넘어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의 정치 기반은 전국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하는 충청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비상계엄 등 악조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경우 '충청+보수층' 표심을 이끌며 정국을 주도하는 '유력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호재가 되는거죠. 그러나 만약 지선에서 패배한다면 당장 지도부를 교체하자는 말이 나올 게 뻔합니다. 늘 그렇듯 보수와 진보가 확실하게 분열된 대한민국 정치 지형상 지방선거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집단이 바로 중도층입니다.

"중도 확장 위해선 尹과 거리둬야…양면 전략 한계 명확"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의 전제 조건인 중도 확장을 위해선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중도 확장을 시도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가겠다는 '앙면 전략'으론 한계가 명확하다는 겁니다. 특히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 경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여론조사가 증명합니다. 한국갤럽 10월3주(14~16일 조사)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6%·국민의힘 17%로 여야 격차는 19%포인트입니다. 이후(10월17일) 장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10분가량 윤 전 대통령을 면회했고 같은 기관 10월4주(21~23일 조사)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국민의힘 15%로 여야 격차가 31%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장동혁 당시 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런 상황에서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지금부터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야 한다"며 "지선에서 이겨야 '정치인 장동혁' 입지도 확고해질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또 다른 의원도 "지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 중도보수 세력과 연대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윤 전 대통령"이라고 말합니다. 5·18민주묘지를 찾고 매달 호남을 찾겠다는 장 대표 결정은 칭찬할 만합니다. 이제 또 다른 결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