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김형진(가명)씨가 사망하기 직전 간호사에게 불편감을 호소했으나 간호사가 그냥 나가버리자 애타는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CCTV 화면 갈무리


2021년 12월27일, 45살 김형진(가명)씨는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가 실랑이를 벌인 편의점에 출동한 경찰은 정신건강상담센터와 통화하는 등 간단한 절차 뒤 119구급대로 병원 이송을 요청했는데, 119구급활동일지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다. ‘환자가 폭력적이진 않으나 장갑을 계속 꼈다 벗었다 반복하는 모습 바다이야기게임2 관찰됨.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력.’ 김씨가 폭력적이지 않다는 증거, 스스로 과거 진단받은 바를 말할 정도의 판단력이 있었다는 증거이지만, 김씨는 춘천예현병원 침대에 결박됐다. 두 손, 두 발, 가슴이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보낸 시간이 총 251시간 50분이었고, 입원 12일 1시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51시간 결박 골드몽게임 끝 숨졌는데 ‘혐의 없음’
한겨레가 2024년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해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김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와 아들이 겪은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유족은 사건 직후 춘천예현병원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및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으나 춘천경찰서는 2022년 10월 ‘ 바다이야기부활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유족은 3년 만인 2025년 9월16일 춘천경찰서에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박씨는 계속 싸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대로 된 판결이 나지 않으면 정신병원들의 관행에 날개를 달아주는 거예요. ‘아, 200시간 넘게 결박해도 처벌 안 받네’라고요. 지금도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들어가 결박된 사람이 많 릴게임온라인 을 거예요. 그동안 증거를 많이 확보했어요. 형사 처벌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김씨는 어떤 과정을 거쳐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을까?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 어떤 상황을 겪었을까? 이미 사망한 김씨에게서 이야기를 들을 순 없기에 김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30대 직장인 강지현(가명)씨를 만나 어떤 방식으로 정신장애인 인권이 릴짱릴게임 침해되는지 들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강지현(가명)씨가 2025년 11월6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정신병원 강제 격리 및 결박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고운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강씨는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정신장애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번듯한 명함을 건넸고, 석사에 이어 박사과정 중이라고 밝혔다. 밝고 당당한 말투의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도 정신병원에 결박된 경험이 있었다.
“19살 때 이야기부터 해야 할 거 같아요. 당시 재수를 했는데 ‘나는 국문과에 가고 싶은데 왜 수학이랑 영어까지 잘해야 할까’ 이런 스트레스가 컸어요. 또 집에서 당시 부모님이 굉장히 심하게 싸우셨어요. 너무 심하게 싸우니까 동생들이 걱정돼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 부모님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자해할 정도였어요.”
강씨가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부모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고, 불안은 심해져 공황장애가 왔다. 상담센터에 이어 병원을 찾아가 약을 타 먹었는데, 약을 먹으면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스스로도 조현병 등 정신장애가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2017년 어느 주말, 일주일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던 강씨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사건은 그때 일어났다.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주겠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씻지도 자지도 않고 우는 강씨의 모습을 보고 강씨의 어머니와 의료진에게 연락했다.
“늦은 밤 공터였는데 엄마랑 경찰이 반대편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어요. 의사가 저한테 걸어오더니 불빛을 비춰보더라고요. 대화도 안 나눠봤는데 저를 입원시키라고 했어요.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장면 같았어요. 엄마도 당시엔 경찰과 의사가 그래야 한다니까, 또 제가 아파 보이니까 그냥 따랐다고 하더라고요.”
묶인 채 ‘코끼리 주사’ 맞고 의식 잃어
강씨의 설명에 따르면, 경찰은 강씨를 차에 태워 지금은 폐원한 서울의 한 병원에 데려갔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덩치 큰 병원 직원들이 강씨를 쇠창살이 있는 곳에 격리했다. 침대에 결박했고, 의료진은 ‘오늘이 몇 월 며칠이냐’고 물었다. 강씨는 ‘며칠 잠 못 자면 날짜가 당연히 헷갈리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사리 분별력이 있는 상태였지만, 아무도 결박을 풀어달란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기 있으면 인생 큰일 나겠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너무 무서워서 머리를 썼어요. 화장실이 급하다고요. 그랬더니 간호사는 묶인 채로 싸라고 하더라고요. 이후 ‘코끼리 주사’(신경이완제로 기능하는 아티반 주사와 할로페리돌 주사인데, 코끼리도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하다는 의미)를 두 번 맞고 의식이 없어졌어요. 너무 다행인 게 깨어났을 때 엄마 아빠가 병원에 찾아와 항의해 꺼내주셨어요. ‘멀쩡한 사람도 정신 놓을 공간이다. 내 딸 살리든 죽이든 내가 책임지겠다’ 해서요.”
그 뒤 부모는 강씨를 병원 운영 과정이 투명한 국립정신병원으로 옮겼고, 강씨는 한 달쯤 지나 퇴원했다. 강씨는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불합리한 격리 및 강박은 정신병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춘천예현병원 김씨 사망사건 이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실태조사(2024년 1~6월 조사)에 따르면 환자 가운데 2만3389명(12.7%)이 격리를, 1만2735명(6.9%)이 강박을 경험했다. 최장 연속 격리 시간은 1151시간(약 48일), 최장 연속 강박 시간은 245시간40분(약 10일)이었다.
강씨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의 ‘설명 없는 약물 남용’ 문제도 지적했다. 퇴원 뒤 인근 정신의료기관에 다녔는데, 병원은 강씨에게 계속 진단명을 추가했고 더 강력한 약을 처방했다. 약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었다. 나중에는 자신이 ‘침 흘리는 바위’가 됐다고 표현했다.
“엄마가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고, 밥 먹으라고 하면 밥을 먹었어요. 의사는 평생 그렇게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약물을 계속 먹으니까 정신이 멍해져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 같은 상태가 되더라고요. 결국 엄마가 ‘나를 믿고 한번 다 끊어보자’ 해서 자의적으로 끊었어요. 3개월쯤 지나 약기운이 다 빠지니까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복학하고, 졸업하고, 취업했어요.”
“타 병원서 먹던 약” 요청하자 ‘횡설수설’ 취급
춘천예현병원 피해자 김씨의 전 부인 박씨도 춘천예현병원이 약물 남용에 대한 남편의 지적을 무시한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씨가 확보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의료진은 2022년 1월2일 “타 병원서 복용하던 약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등 횡설수설함”이라고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1월3일에는 “자신의 전처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요구하는 등 행동 문제 지속됨”이라고 기록했다.
“춘천예현병원이 처방한 약이 몸을 힘들게 하니까 이전에 먹던 약을 알아봐달라고 한 게 횡설수설인가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전화를 요구한 것이 문제 행동인가요? 저와 전화만 됐어도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저희는 교사 부부였고, 이혼했지만 가족처럼 챙기고 살았고 재결합을 앞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병원은 전 아내에게 연락해달라는 걸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헛소리로 무시한 거예요. 아이 아빠는 젊을 때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사고 뒤 질환이 생겼지만,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었고 자기성찰도 되는 사람이었어요. 먹던 약과 질환에 대해 잘 알아서 스스로 외래진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했어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법조계·장애계 인사들과 2024년 장애인권 관련 판결들을 검토한 가운데, 김씨와 관련한 민사소송 판결을 ‘올해의 주목할 판결’로 선정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창열)는 김씨 유족이 춘천예현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윤영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24년 11월2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 등으로 김씨가 숨졌다며 윤영의료재단(병원 운영 책임자)을 상대로 5억2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소송청구액의 약 43%(2억2641만원)를 인정했다. 법원은 장시간 강박(입원한 13일 중 87%인 251시간50분)을 시행할 필요성이 없음에도 시행한 과실이 있고, 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또 가족에게 전화를 허용하지 않은 상황 등 통신의 자유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전향적인 판결이었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연구소 판결문 검토에 참여한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쉼터 센터장은 약물 과다 투약이나 투약 과정에서의 과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재판부에 대해 “보통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은 당연하게 약을 복용해야 하고 강제로라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인권이라 보고, 재판부도 그러했다”며 “하지만 국외에서는 신경이완제 처방을 ‘화학적 강박’(화학적 구속)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사법체계도 약물 복용을 포함해 새로운 관점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 회복하게 해달라”
정신장애인들은 ‘안전하게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 정신장애인권 단체 티시아이(TCI-Global·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당사자 운동을 전개하는 비정부기구) 활동가들이 2025년 11월6일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정신건강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해결책을 논의했다. 티시아이의 리챠 활동가는 “그간 위기 상황이 생기면 병원 입원, 집에 갇혀 있는 게 선택지였는데, 사실은 지역사회에 안전한 쉼터가 필요하다”며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에게 안전한 공간이란 ‘통제가 없는 곳’ ‘강제 약물치료가 없는 곳’이고 동료지원쉼터 같은 곳이 대표적인 안전한 공간의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료지원쉼터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이용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정신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위은솔 정책위원장도 “보통 사람들도 밤 10시 넘어서 안 자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장애인들은 병원에서 밤 10시가 넘어가도록 잠을 안 자면 ‘왜 안 자냐’며 약을 복용해야 하고 통제 안에 들어간다”며 “쉼터는 자고 싶지 않으면 천천히 자도록, 말 거는 게 싫으면 말 걸지 않으면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한다. 현재는 전국에 종일형(24시간 운영)이 4곳, 주간형이 3곳에 불과해 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비정부기구 티시아이(TCI-Global)의 활동가 사무엘이 2025년 11월6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통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무엘은 “미국 시스템인 진단분류체계에는 분류코드와 매뉴얼이 있는데 해가 갈수록 권수가 많아지고 책이 두꺼워진다”며 “진단명은 계속 늘어가는데, 진단받는 순간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권리를 다른 사람들이 뺏어간다”고 지적했다. 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