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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처음으로 드러내서 쥔채 손을 직장동료 손에는(1) 가방의 형태를 잡고 견고한 마무리를 위해 공구를 사용하는 모습. ©Yann Stofer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50㎞ 떨어진 누벨아키텐 지방의 샤랑트주. 이곳은 코믹 페스티벌로 명성을 얻은 앙굴렘과 명품 브랜디의 고장 코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고 고요한 마을 한쪽에 지난달 26일 에르메스의 24번째 가죽 공방이 문을 열었다. 공식 명칭은 ‘마로키느리 드 릴-데스파냐크(Maroquinerie de L’Isle-d’Espagnac). 우리말로 ‘릴-데스파냐크의 가죽 공방’이란 뜻이다.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에르메스의 공방을 이날 찾아가봤다.
 켈리 백을 만드는 손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최DDE파일
우선입니다.”



공방에서 만난 에르메스 남서부 지역 생산 부문 총괄 디렉터 마티유 마메르의 말이다. 그는 “훈련생은 통상적으로 6개월가량 가죽의 성질을 파악하는 등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한다”며 “이후 1년 정도 단일 모델의 제작 공정을 익힌다”고 말했다. 라인업마다 특화된 전문성을릴게임예시
요구하기 때문에 켈리 백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버킨 백 작업을 담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장인들 간 협업이 최우선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장인 한 명이 연간 생산하는 가방의 개수나 소요 시간을 단정적인 수치로 제시하긴 어렵습니다. 가방부터 소형 가죽 제품까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의 특성상 천차만별이니까요.”
에르메스황금성게임종류
의 가죽 공방에서 일하고 싶다면 에르메스 기술 트레이닝 센터에서 필수 과정을 마쳐야 한다. 교육부 인가를 받아 2021년 출범한 이 기관은 프랑스 전역 9곳에서 운영 중이다. 샤랑트의 마트롱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는 2022년 9월 문을 열었고, 매년 80명의 훈련생을 배출한다. 가죽과 마구 제작에 관한 국가 자격증, 가죽 재단 등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주식전종목시세
을 하는데 성별과 출신,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몇 해 전엔 가죽 공예 장인이 되기로 결심한 한국인도 합류했다고.
 재단, 스티치, 가죽 세공…멈추지 않는 망치의 리듬



(2) 완성도를 높이는 가죽 세공 작업이 한창이다. ©Yann Stofe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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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 공방 안엔 섹션별로 세심한 손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재단사는 가죽의 품질을 재확인하고 정밀하게 재단한다. 이때 천연 소재의 색상과 디테일을 분별해내는 예리한 눈이 핵심 요소다. 1년간의 트레이닝을 마친 미셸은 밝은 조명 아래 생후 1년 미만의 송아지 가죽인 카프스킨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가죽의 아주 작은 결함까지도 섬세하게 체크한다”며 “송아지의 목 부분이었던 곳엔 미세한 주름 라인이 형성돼 있기에 배제한다”고 했다. 버려지는 가죽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투리는 교육용으로 재사용한다. 가방의 이너 포켓을 포함한 일부에는 양가죽을 선택하는데, 부드러운 촉감을 위해서다.



(3) 장인이 소형 가죽 제품의 스티치 작업을 하고 있다. ©Yann Stofer


가죽 세공인은 대형 사이즈의 여행 가방부터 카드 홀더까지 수많은 제품을 만든다. 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 스티치 전문가는 재봉틀, 실과 바늘을 다루며 가죽 세공인을 지원한다. 이 분야의 멘토인 모르간은 “스티칭 분야가 가장 많은 교육이 필요하고, 긴 시간 인내력을 갖는 태도도 주요하다”고 했다. 본격적인 작업 전 리넨 실을 손으로 펴고, 큐브 모양의 왁스를 골고루 바른다. 밀랍 처리된 리넨 실은 한층 빳빳해져 탁월한 내구성을 지니게 된다. 실의 끝을 쪽가위로 다듬은 뒤 두 개의 바늘에 꿰어 양쪽에서 좌우를 오가며 바느질하는 방식인데, 이를 ‘새들 스티칭’이라고 칭한다. 전통적인 말안장 박음질 기법으로, 강한 손의 힘으로 균형을 잡아가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예컨대 켈리 백은 40여 개 가죽 조각을 엮어내야만 한다. 초고가 라인에는 10년여의 경험을 갖춘 최고 숙련자만 제작에 참여한다. 제품의 가장자리 부분을 처리하는 장인들의 손놀림도 분주했다. 평균 200도의 고온을 유지하는 이 에지 코팅 과정은 지갑의 테두리나 버킨 백의 손잡이와 연결된 덮개 부분에 필수적이다. 공방 안은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졌다.
 친환경 공방의 건축 코드
이 공방은 건축의 비밀도 숨어 있다. 총 5800㎡ 규모를 자랑하는 마로키느리 드 릴-데스파냐크는 과거 벨-에어의 비행장 부지였다. 설계는 보르도에 본사를 둔 건축 사무소 귀로마넹크의 젊은 건축가 에티엔 마넹이 맡았다. 건축 자재는 공방에서 반경 250㎞ 이내의 현지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았고, 짚 기반의 단열재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역동적인 형태의 지붕엔 1800㎡ 면적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이 있고, 빗물 순환 설비도 갖췄다. 조경 역시 광활한 석회질 초원의 생물 다양성을 보존했다. 에르메스그룹의 친환경 정책이자 지속 가능한 부동산 개발 지침을 이행한 결과다.



(5) 반복적 구조가 시각적 통일감을 이루는 측면 파사드. ©Yann Stofer


건축가는 샤랑트산 화이트 스톤을 주요 외장재로, 골조와 마감재는 인근 페르슈 지역의 포플러 나무와 적삼목을 사용해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실내 공간 역시 장인들의 근무 여건을 고려해 자연광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높은 층고와 넓은 창으로 구성했다. 공방 입구 천장에 매달린 말풍선 문구들은 마치 만화의 효과음을 연상시키는데, ‘코믹의 도시’에 와 있음을 위트 있게 상기시킨다.



(4) 밝고 개방적인 실내에서 작업에 전념하는 장인들. ©Yann Stofer


에르메스 공방은 이미 30년 전 누벨아키텐 지역에 진출해 기반을 다져왔다. 이번이 네 번째 공방이다. 260명의 장인을 수용하는 이 공방이 설립된 데는 누벨아키텐 개발혁신청과 앙굴렘 도시 공동체 등 로컬 파트너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
에르메스는 가죽 제품과 마구 부문의 수요가 늘면서 장인과 함께하는 제조 공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내년엔 보르도 동쪽 약 20㎞ 떨어진 루페와 아르튀르 랭보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아르덴에도 공방이 들어선다. 노르망디에도 열 번째 가죽 제품 공급 네트워크이자 세 개의 제조 시설로 구성된 ‘에르메스 허브’를 신설할 계획이다.
샤랑트=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