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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의 삶을 좇다보면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의 믿는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30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머나먼 중국의 하이린(해림)에서 그것도 누군가에게 납치돼 종적도 모른 채…. 어떤 생각으로 만주에서 아나키즘 사회를 만들고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려 했을까? 과연 그게 실현 가능하다고 여겼을까? 독립운동가들은 왜 그리 이념과 사상에 몰두했을까?
시야 김종진은 1901년 충남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에서 부친 영규와 어머니 청송심씨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청산리전투를 이끈 백야 김좌진이 6촌 형이다. 어려서 한학을 배웠고 1913년에 혼인을 KPX생명과학 주식
하였다.



김종진이 신규식의 추천으로 신식 군사교육을 받은 중국 윈난성 쿤밍의 운남육군강무학교. 지금은 폐교되어 기념관으로 운영된다. 사진=독립기념관


김종진은 1919년 3월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홍성에서는 3-4월 투자심리도
홍성읍을 비롯하여 구항 광천 금마 장곡 등 여러 곳에서 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선두에 서서 시위에 앞장섰다가 주동자로 붙잡혔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석방됐다.
김종진은 상경하여 중동학교 속성과에 입학했다. 중동학교에서도 그는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고 비밀활동을 벌였던 까닭에 늘 일제에 쫓기고, 친척과 친지의 집이 수색온라인배경
을 당했다.
신변에 위험을 느낀 그는 1920년 4월 중국 펑텐(奉天)으로 망명했다. 펑텐에는 친형인 김연진이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김연진은 독립운동가인 이석영(우당 이회영의 형)의 집에 머물며 활동했다. 이때 김종진은 국내에 무기를 반입하는 일에 가담한다. 항일단체 광한단에서 일하는 홍경식의 권유로 거사에 참여했는데 홍경식이 봉천역씨엔조이 릴게임
에서 체포돼 실패했다. 일제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석영의 권유에 따라 1920년 가을 북경으로 옮겼다.
김종진은 북경에서 우당 이회영을 만났다. 이회영으로부터 국내외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많은 독립운동가도 만났다. 이회영은 독립은 무력투쟁으로만 가능하다며 그를 예관 신규식에게 소개했다. 김종진은 신규식의 추천으로 중국 군벌 탕지야라이브플렉스 주식
오(당계요)가 운영하는 중국 운남성 쿤밍의 운남육군강무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1909년 청나라 말기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학교로 국민당 정부 시기인 1928년 문을 닫을 때까지 우수한 지휘관을 키워냈다. 이범석 문일민 권기옥 등이 이 학교를 나왔다.
김종진은 강무학교에서 학업에 매진했다. 교장의 특별 배려로 중국어를 배우며 동시에 군사교육을 함께 받았는데 4-5개월 만에 훈련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중국어를 빨리 익혀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김종진이 졸업 후 학교를 떠나려 하자 탕지야오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빛내줬다고 칭찬하며 "한국이 일제의 치하에 놓여있어 돌아가봐야 의미가 없으니 한국 독립에 기여할 기회가 올 때까지 나와 같이 있자."고 붙잡았다. 그러나 김종진은 10여일 고민한 끝에 1925년 4월 탕지야오를 뒤로 한 채 강무학교를 떠났다.
김종진은 운남학교 동기생인 대전 출신 김노원과 광동에 머무르며 독립운동가와 유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형편을 살폈다. 여기서 그는 청년 독립운동가들이 사대주의에 얽매이고, 공산주의자는 러시아에, 민족주의자는 중국과 미국에 맹종하려 하고, 중국 국민혁명에 편승하여 영달하려는데 환멸을 느꼈다.



김종진의 일대기를 기록한 (시야 김종진 선생전.) 아나키스트 동지인 이을규가 정리했다.





애국지사 김종진은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1묘역에 묻혀 있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1묘역에 안장된 애국지사들의 묘.


1925년 12월 상하이에 도착한 그는 이시영 김구 조완구 이동녕 이상룡 여운형 등과 만나고 아나키스트와도 교류했다.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 등을 두루 만나 앞길을 모색한 것이다. 김종진은 대한교민단 산하 의경대에도 참여했다. 교민단은 상하이지역 한인교포 자치기관이었고, 상하이 임시정부의 외곽단체 역할을 했다. 의경대는 동포사회 치안의 유지하고 친일파를 경계했다.
김종진은 김노원과 함께 1926년 4월부터 난징 한커우 우창 등을 돌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함께 할 동지를 규합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 남부는 국민당정부가 불벌에 나서 내전이 벌어진 상황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김종진은 경력을 살려 북벌군의 훈련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동지규합의 불가능함을 깨달은 김종진은 홀로 만주행을 결심했다. 조직을 갖추고 장기적인 무장투쟁을 해야 독립을 이룰 수 있으며, 최적지는 만주라고 판단했다. 만주로 떠나기 앞서 1927년 9월 항일투쟁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텐진의 이회영을 찾았다.
당시 독립운동계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민족주의,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은 공산주의(사회주의), 바쿠닌과 크로포트킨 등의 주장에 동조하는 아나키즘 등 3개 그룹이 존재했다. 민족주의자들은 자치론과 외교론 준비론을 옹호했고, 공산주의자들은 러시아 공산당의 지도 아래 전위정당 운동을 벌였다.
이에 비해 아나키스트들은 힘이 없는 한국이 독립을 하려면 폭력적인 수단이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1905년 경부터 일본 사상가들의 저작을 통해 아나키즘을 받아들였고, 1919년에는 김원봉 등이 의열단을 조직, 민중에 의한 직접혁명과 무장투쟁에 나섰다. 1923년 신채호는 의열단의 의뢰에 따라 아나키즘에 입각한 암살 파괴 폭파 등을 정당화한 (조선혁명선언)을 발표했다. 우당 이회영을 비롯 유자명 백정기 정화암 이을규 이정규 등이 아나키스트가 되었고, 1924년 4월 북경에서 재중국무정부주의자연맹을 조직했다.
우당 이회영과의 만남은 그의 삶에 매우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이회영은 독립운동을 벌이기 위해 아나키스트가 돼 있었다. 경성의 거부 집안이었던 이회영은 독립운동으로 모든 재산을 소진하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다. 김종진은 궁핍하기 이를 데 없는 우당의 집에서 죽에 소금만 뿌린 소금죽을 먹어가며 한달 넘게 토론을 벌였다.
여기서 우당은 강권적 맹목적 복종과 순종에 기반한 혁명과 해방운동은 실패할 것이라며 자유와 평등, 합의에 따른 조직적 운동을 주장했고, 지배욕과 감투가 독립운동을 저해한다며 무권력 무권위 무지배의 아나키즘을 강조했다. 7순의 노 독립운동가와 연부역강한 20대의 김종진은 오랜 토론 끝에 몇가지 사항에 공감했다.
첫째 자유평등의 원리와 국가와 민족 간 민족자결의 원칙 아래, 독립된 민족 자체의 내부도 민족 상호 간에도, 일체의 불평등 부자유의 관계가 있어서는 안될 것, 둘째 독립 후의 정치구조는 권력 집중을 피해 지방분권적인 지방자치제를 확립하고 지방자치체의 연합으로 중앙 정치구조를 구상할 것, 셋째 경제는 재산의 사회화를 원칙으로 하고 사회적 자유평등의 원리 아래 운영할 것, 넷째 교육은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실시할 것 등이었다. 아나키즘에 입각한 독립운동의 방안과 해방 이후 건설할 사회와 정치 행정구조, 경제 및 교육 제도까지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이회영은 1923년에도 중국인 아나키스트 천위이치의 제안으로 후난성 한수이현 양타오촌에 이상촌 건설을 추진한 바 있었다. 아나키스트 주씨의 농지에 한국인 인삼 농부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조합을 만들고, 공동경작·공동소비·공동소유하는 마을을 건설하고자 했던 것. 이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던 이회영은 김종진이 만주에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듣고 기뻐하며, 여기에 아나키즘을 접목하고자 한 것이다.
이회영은 강무학교에 유학했던 김종진이 늠름한 인재가 되어 찾아온 것을 대견스러워했고, 김종진은 처참한 삶 속에서 일말의 사심도 없이 오직 조국 광복에 대한 일념으로 고뇌하는 이회영에게 감명을 받아 그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김종진은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같은 감정을 뒤로 한 채 만주로 향했다. 김종진은 동료 아나키스트인 이을규에게 당시 이별에 대해 "지금까지 봉별(만남과 이별)이 무수하였지만 텐진 역두에서 우당 선생과 작별할 때처럼 영결이나 하는 듯이 북받치는 서러움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김종진은 차창 밖에서 노선생이 섭섭해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눈물어린 눈을 감은 채 텐진역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