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11일 임진각평화누리 대공연장에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경기도 전역에서 7일 간 전 세계 50개국 143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영화제는 다큐멘터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사실, 기록, 현실의 재구성은 국내외 감독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가장 살고 싶은 하루는 무엇이며 어떤 오늘과 미래의 내일을 꿈꾸는지 질문한다. 장병원 수석 프로그래머와 강진석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 경쟁부문, “인간만의 성찰과 따스함을 담다”




‘나나와의 왕자’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뽀빠이놀이터릴게임
제 제공


경쟁 부문 ‘나나와의 왕자’(국제경쟁 부문·클라리사 나바스作)는 여섯 살 소년이 대학에 들어가 성인이 되어가는 성장 과정을 장장 12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으로 담아내며 큰 울림을 전했던 작품 ‘보이후드’의 다큐멘터리 버전으로 불린다. 작품은 경계의 존재로 살아가는 소년의 성장과 성숙에 관한주식기본적분석
10년의 기록이다. 227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은 우리 시대의 ‘소년성’을 이야기한다.
‘그린 라인’(프런티어 부문·실비 발리요作)은 끝나지 않는 어른들의 싸움 속에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로한다. 이제는 성인이 돼, 어린 시절 자신을 위협했던 군인들을 찾아 나선 주인공 피다의 이야기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등 인상적인 회고 방식으로 구엘비세미콘 주식
성됐다.



‘새로운 시작’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새로운 시작’(프런티어 부문·이자벨 잉골드, 비비안느 프렐무터作)은 캘리포니아 북부의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알 문의 발자취를전망좋은주식
따라가는 로드 무비 형식을 띈다. 알문은 생태계의 파괴에 놓인 부족의 땅을 뒤로한 채,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힌 과거의 유령을 마주하기 위해, 옛 전우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횡단한다. 역사의 폭력을 마주하고 새로운 시작을 기도하는 한 남자의 고통스럽고도 용감한 여정은 유려한 언어로 펼쳐진다.
‘지금, 녜인’(한국경쟁 부문·임대청作)은바다이야기백경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려는 미얀마 여성 녜인 따진과 그의 남편이자 동지인 최진배의 이야기다. 정치적 주장보다 명상적 사유를 담았다. 재연과 기록, 퍼포먼스로 구성된 에세이 영화로, 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다큐멘터리 연출에 힘써 온 감독에 주목할 만하다.



‘가끔은 여정이 아름답기도 하다’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가끔은 여정이 아름답기도 하다’(한국경쟁 부문·고한벌作)에는 불의의 사고로 지체 장애를 갖게 된 선영과 가족들이 담겨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고시생으로 살아가며 동시에 연로한 부모를 돌보고,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구하려 전전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도 휠체어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새 길을 모색하는 생의 숨구멍을 전한다.
‘소풍’(한국경쟁 부문·최수빈作)의 감독은 3주에 한 번,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가는 어머니의 외출을 ‘소풍’이라 부른다. 좌절과 슬픔은 걷어내고, 카메라는 간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병원으로 향하는 길, 그곳에서 만난 환자들의 모습을 담는다. 담담한 일상의 풍경을 지탱하는 삶의 의지와 대상에 대한 존중과 애정은 깊은 울림을 준다.
■ 기획전, 프레더릭 와이즈먼 전작부터 AI와 예술의 미래 조망까지



‘원시적 다양성’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이번 영화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도 놓칠 수 없다. 다큐멘터리 거장으로 꼽히는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전작 순회 회고전에선 작품 ‘시각 장애인’에 주목할 만하다. 그가 연출한 4편의 장애인 연작 중 하나이자 기념비적인 연작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험난한 인생을 헤쳐가는 인간을 담아내는 그의 카메라는 제도의 기초와 그곳의 장소, 인간이 합일을 이룬 드라마를 연출한다.
또 다른 기획전 ‘인간, AI, 그들의 영화 그리고 그들의 미래’에선 작품 ‘원시적 다양성’이 눈에 띈다. 작품은 “아버지 세대의 영화는 죽었다”고 선언한 뉴저먼 시네마의 대표 기수였던 독일 영화의 거장,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의 신작이다. 생성형 AI를 영화 이미지의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되짚고 미래를 상상하는 시각적 에세이로, 60년이 넘는 영화 경력을 자랑하는 감독의 통찰이 담겼다. 인류의 역사와 예술, 노동에 관한 사유는 인공지능이 역사의 단절이 아닌 세계와 정신을 재편하는 비판적 지성의 연장선상이라 말한다.
■ 비경쟁부문, 아동 성범죄부터 자연 에세이까지



‘디어 투모로우’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포식자들’(베리테 부문·데이비드 오싯作)은 올해 가장 논란이 될 만한 작품 중 하나다. 아동 성범죄자를 단죄하기 위한 리얼리티 쇼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는 논쟁작으로 모방 범죄의 영향, 사회적 처벌을 위해 용인되는 자유의 침해 범위, 인간 행위의 부조리한 측면을 절묘하게 구성했다.
‘디어 투모로우’(베리테 부문·카스파르 아스트룹 슈뢰데르作)는 외로움에 관한 사회학 보고서와도 같다. 사회에서 고립된 두 명의 40대와 이들을 지원하는 핫라인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외로움을 사회 문제로 다루는 공적인 노력을 상세히 다룬다. 이는 비단 일본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동물, 식물, 광물’(에세이 부문·마시모 다놀피, 마르티나 파렌티作)은 3막으로 구성돼 동물, 식물, 광물의 세계를 탐구하며 지구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해 질문한다. 주변의 존재였던 비(非)인간의 대상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의 전능함을 주장하지 않는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상영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메가박스 킨텍스,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새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시관, 경기인디시네마관, 성남미디어센터, 포천미디어센터, 화성시 작은영화관, 온라인 상영관 ‘다큐보다’에서 진행된다.
장해랑 집행위원장은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기록한다. 그 안에는 지구와 인간의 문제, 생명을 아우른다”며 “이번 영화제에선 시대를 관통하는 국내외 좋은 작품을 한 데 모았으니, 세상을 읽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