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여성이 자신을 따라오던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성적 모욕 발언을 듣는 피해를 당했습니다.
경찰 수사 끝에 스토킹으로 판단됐는데, 정작 처벌은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20대 여성 A 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한 남성이 자신과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자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 옆에서 붙어 있는 게 좀 이상하다…."]
남성의 의심스러운 행동은 길을 걷는 동안에도 1km 넘게 이어졌고, 급기야 A 씨의 귀에 대고 충격적인 말을 속삭였습니다.
여성에게 노골적으로 성적 모욕감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발정난 XX' 어쩌고 하신 거 말씀하시라고요, 다시."]
A 씨가 따지자, 남성은 말을 둘러댔습니다.
[A 씨·가해 남성/음성변조 : "아까 한 말 똑같이 하실래요? 아니면 경찰서 가실래요? (제가 착각했어요. OOO 씨 아니에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석 달간 수사 끝에, 남성의 행동이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할 수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불송치 했습니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행위'라고 규정돼, 반복되지 않은 일회성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더 큰 피해가 와야지만 그때서야 처벌을 해줄 건지 저는 그게 너무 의문입니다."]
지난해 대법원도 헤어진 여자친구를 5시간 넘게 따라다 닌 남성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는데, '일회성' 행위였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 "앞으로 수십 회 그리고 수백 번에 걸칠 또 다른 형태의 괴롭힘의 시작일지에 대해서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거든요."]
A 씨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이중우 이병권/영상편집:김인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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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