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저축은행은 오히려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해 고금리 예금 특판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거란 시장 예상이 빗나갔다. 제1금융권보다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자금 이동)’ 움직임이 아직 잠잠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경진 기자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9%로 집계됐다. 2022년 6월(2.92%) 이후 최저치로, 지난달 초 3%에서 한 달도 안 돼 0.1%포인트 내렸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DDE파일
한·하나·우리·NH농협)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05~2.45%로, 저축은행과의 금리 차는 평균 0.5~0.6%포인트 수준에 그쳤다.



김경진 기자


금융계에선 지난 1일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오션파라다이스 온라인
1억원으로 늘면서 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예금 고객 확보에 나설 거란 전망이 많았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수신 전쟁으로 빨아들인 고금리 특판 예금 중 3년짜리 상품 만기가 올 4분기에 도래한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뭉칫돈 유출을 막을 상품을 내놓을 거란 예상에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십자형도지
낸싱(PF) 부실, 경기 둔화, 가계대출 정책 강화 등이 맞물리며 저축은행에서 특판 상품을 내놓거나, 금리를 올릴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을 대출 등으로 굴려 수익(예대마진)을 내야 하는데, 경기침체와 6·27 가계부채 대책의 여파 등으로 기업·개인의 대출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여전히 높은 연체율과 부동산 PF 부실로 코스닥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졌다. 대출을 늘리면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저축은행 대출 등 여신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94조9746억원으로, 지난해 말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여신 규모가 쪼그라들었는데 수신 잔액이 몰리면신천지인터넷게임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되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954조7319억원에서 지난 15일 957조2570억원으로 2조5251억원 증가했다. 정기적금 잔액도 같은 기간 6526억원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며 매력도가 약해졌다”며 “반대로 은행권에서 기존 예금자를 지키기 위해 특판 상품을 내건 덕에 은행에 자금이 유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