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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곳곳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원치 않는 동거인’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주인도 모르게 한 구석에 둥지를 튼 집비둘기가 그 원인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백모씨는 지난여름에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했습니다. 집비둘기 한 쌍이 에어컨 실외기 옆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백씨는 "창문을 열면 곧바로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고 비둘기 깃털과 각종 이물질이 들어왔다"며 "그렇다고 어미가 새끼를 품고 있는 걸 막무가내로 치울 수도 없어서 여름 내내 창문을 닫고 불편하게 지냈다"고 토로했습니다.
오늘의시황
집비둘기는 2009년 환경부로부터 유해조수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유해조수라 하더라도 허가 없이 포획하면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지만, 비둘기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하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백씨는 비둘기가 둥지를 떠난 후 전문 업체를 불러 실외기 공간음봉타법
을 청소하고 비둘기가 다시 올 수 없도록 방지망을 설치했습니다. 비둘기는 영역 동물이기에 조치하지 않으면 이후 다시 둥지를 만들러 오기 때문입니다. 백씨는 "비가 오면 배설물이 흘러내려 이웃들에게 항의도 많이 받았다"며 "다소 억울하긴 하지만, 같은 일을 반복할 순 없어 수십만원을 들여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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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에 비둘기 접근을 막기 위한 방지망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비둘기가 가장 자주 자리 잡는 곳은 베란다 방범창 틈, 에어컨 실외기 주변입니다. 비둘기가 실외기 옆에 둥지를 틀면 나뭇가지, 깃털, 배설물 등이 쌓여 화재 위험이황금성릴
커집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배설물이 마르고 미세먼지 형태로 퍼지면서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물 외벽에 남은 배설물은 시멘트 부식을 가속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노후 아파트 주민들은 사비를 들여가며 개별적으로 버드스파이크(플라스틱판에 여러 개의 철 핀을 꽂아 조류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장릴게임추천
치)나 방지망을 설치하곤 합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는 개체수 감소는 아직 요원한 상황입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을 위해 집비둘기 약 3000마리를 방생했는데, 현재는 약 30만마리가 국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자체마다 집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는 홍보와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먹이 주기를 즐기는 이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노후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현수막을 걸어도 '내 집에서 내가 밥 준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래전부터 먹이를 줬던 탓에 집비둘기 수백마리가 아파트에 터를 잡고 살고 있어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서울의 한 노후 아파트에 비둘기 무리가 모여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숲, 여의도공원, 한강공원 등 38개 공공장소를 '유해 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장기간·반복적으로 먹이를 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해당 구역 이외에는 유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더라도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습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지정한 금지구역 외에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가 없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오더라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계도 차원의 말씀을 드리고 관련 현수막을 설치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후 아파트에서 집비둘기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관리 방안을 마련하면서, 반갑지 않은 이웃과의 불편한 동거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