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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을 버텨내는 청년들에게 문학도 하나의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 중 빛나는 하나를 골라내기란 어렵지요.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으로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송지현 작가가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독서 자세 추구'를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한국일보>를 통해 책을 추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랜만에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를 떠올린 것 역시 새로 시작한 강의를 준비하면서였다. 이번 학기에는 학부 1학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됐는데, 그들이 처음 마주할 문학을 고른다는 사명감에 어황금성게임방법
느 기준으로 소설을 골라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하여 정해진 기준은 내 삶의 촉매가 되어준 문학. 첫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을 책은 당연히 '달려라, 아비'로 정해졌다.
독서란 개인적 경험이지만 타인과 온전히 한 순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좋았던 문장을 찾고 감상을 들려 달라 했더니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고 좋아했던 부바다이야기 릴게임 사이트 추천 및 안내
분을 쏙쏙 찾아왔다. 아이들이 찾아온 문장은 이렇다.
'어머니는 가위로 자기 숨을 끊는 대신 내 탯줄을 잘라주었다.'
가위는 무언가를 자르고, 날카롭고, 그만큼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쉬운 물건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많은 문장이오션파라다이스시즌7
있었지만 나는 이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과격하게 두 갈래로 보자면 웃고 싶어서 울던 시절, 그리고 울고 싶어서 웃던 시절로 나눠볼 수 있겠다. 그것의 촉매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슬롯머신
것일지도 모른다'는 김애란의 문장을 만나게 된 때. 기필코 스스로 '우스워'지는 문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 그래서 문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 때.



달려라, 아비·김애란 지음·창비 발행·303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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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동경하던 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다. 선생님의 외모도 당연히 한몫을 했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을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이 하는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본 영화, 듣는 음악, 읽는 책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찾아보았다. '달려라, 아비' 또한 선생님의 취향 리스트에 있었다.
예술가가 되려면 슬픔에 침잠해야 하는 줄 알던 고등학생의 나는, 농담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내게 농담과 웃음만을 가르쳐준 것은 아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눈물이 흐르더라도 동시에 웃을 수도 있다는 것. 슬픔을 지우지 않고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엄마와 여행 중이다.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 유튜브를 보지 못해 심심해하는 엄마를 위해 나는 '달려라, 아비'를 아주 큰 글씨로 볼 수 있게 해드렸다. 엄마는 어떤 문장을 읽고 있는지 중간중간 등 뒤에서 키득키득거리고 있다. 기꺼이 우스워진 김애란의 소설이 보낸 삶에 대한 사랑이 엄마에게도 잘 도착했나 보다. 엄마가 웃는 소리를 들으니 문득 엄마와 하나의 문장이 아닌 내 삶의 일부를 나눠 읽은 것 같고, 역시 문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과 김애란을 함께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송지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