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홍대레드로드 정류장에 마포순환열차버스가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평일엔 승객이 좀 적지만, 주말엔 만차예요"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9번 출구 인근 도화갈매길. 화려한 분홍색 외관의 '마포순환열차버스'가 좁은 골목을 돌며 분홍색 열차 모습의 정류장에 들어섰다. 문이 열리자 기관사 복장의 버스기사와 분홍 조끼를 입은 안내원이 손짓하며 승객을 맞았다.

정류장 키 백경게임랜드 오스크에서 탑승권 결제를 시도했지만 스마트폰 결제는 지원되지 않았다. 버스에 오르자 안내원이 "안에서도 결제하실 수 있어요"라며 카드 단말기를 내밀었다. 결제를 마치자 분홍색 종이띠가 손목에 감겼다. 요금은 5500원으로, 하루 동안 어느 정류장에서도 재탑승이 가능했다.
짧은 기적소리가 울리고 버스가 출발한 뒤 내부를 둘러봤다. 16인승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의 전기 소형버스 안은 회색 시트와 좁은 복도로 외관에 비해 단출한 편이었다. 외국인 부부와 지역민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타고 있었고, 스피커에서는 다음 정류장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안내원은 영어로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이모씨(60대) 부부는 이날 오전부터 순환열차버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스에 탑승해 홍대와 망원시장을 둘러보고 하늘공원까지 이동했다. 사진=최승한 기자



경의선숲길 정류장에서는 대만인 관광객 렌씨(28)가 여자친구와 함께 탑승했다. 그는 "구글 지도에서 버스를 봤다"며 "핑크 버스가 귀여워서 타봤다"고 웃어보였다. 홍대 구간에 들어서자 버스는 인파 바다이야기부활 속에 속도를 줄였다. 안내원은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며 "버스가 작은 편이라 골목을 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망원시장 정류장에서는 부산에서 올라온 이모씨(60대) 부부가 탑승했다. 그는 "버스가 작아서 골목도 다니고, 안내원이 동네 얘기도 해줘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내원은 "주말엔 카카오야마토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대부분 외지에서 온다"고 덧붙였다. 차량은 시장 골목을 빠져나가 한강 방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월드컵경기장 정류장에 도착하자 승객들이 일제히 내렸다. 반대편 차량으로 갈아타야 공덕까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포순환열차버스는 공덕역을 출발해 경의선숲길·홍대입구·망원시장·하늘공원·월드컵공원을 거쳐 다시 공덕으로 돌아오는 2시간짜리 순환 코스다. 총 세 대의 차량이 같은 코스를 하루 12회 운행한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에 마포순환열차버스 정류장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기자가 탑승한 오후 시간대 버스에는 빈자리가 절반 이상이었다. 매 정류장마다 안내원의 멘트와 외국어 안내는 이어졌지만 정류장마다 승하차객은 드물었다. 창밖으로는 관광객들이 버스를 촬영하며 지나갔고, 대부분의 시민은 정류장 앞에 잠깐 멈췄다 이동할 뿐이었다.

마포구에 따르면 최근 순환열차의 3개월(7~9월) 월평균 이용객은 959명, 일평균 37명 수준이다. 주말 이용객은 평일의 약 2.5배지만, 평일은 버스 한 대가 승객 3명을 태우는 꼴이다. 일반 대중교통과의 환승이 되지 않아 접근성이 낮고, 요금이 시내버스의 4배 수준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행인 점은 이용자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구 조사에 따르면 이용객의 70%가 '주변 시설 접근성이 편리하다'고 답했고, 구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4%가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구 관계자는 "운행 6개월 차로, 이용 현황에 따라 정류장 추가와 노선 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연말까지 탑승률과 운행 효율을 재분석해 조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구는 외국인 숙박업소와 상점 제휴를 통한 할인 행사, 가족 단위 탑승객 대상 프로모션 등 보완책을 추진 중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