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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시름과 시름 서로 이어지니(愁與愁相接, 수여수상접) / 마음이 괴로워 열려지지 않네(襟懷苦未開, 금회고미개). / 슬픔은 끝날 때가 없으니(암암무시진) /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가 없네(不知何處來, 부지하처래).(이온 시 '탄수(歎愁)')
②망망한 천지에 이 한 몸 외로우니(天地茫茫一身孤, 천지망망일신고) / 사별 뒤 세월 가매 꿈에 뵈는 일 드므네(死別年深夢見稀, 사별연심몽견희). / 창가에 베개 기대어 피눈물 흐르니(窓間倚枕血淚盡, 창간의침혈루진) / 의식은 촛불 그림자처럼 희미해져 가네(魂氣燭影空依微, 혼기촉영공의미). / 삶과 죽음 갈라진 뒤 이모바일 바다이야기
리 오래되매(生前死後長如此, 생전사후장여차) / 백골 같은 외로운 혼 어디에 의지할까?(白骨孤魂何處依, 백골고혼하처의) / 오직 바라건대 긴 바람 만 리를 불어(惟願長風萬里吹, 유원장풍만리취) / 이 몸 양산 아래로 돌아가게 해줬으면.(送我楊山山下歸, 송아양산산하귀).(이온 시 '自悼(자도)')
위의 작품 두 수를 지은 사람은 이온(17-무료주식알박기방송
18세기)이다. 이온은 울산 이씨인데, 후손들의 기록에서 '이온'이라 했으므로, 이름을 대신해서 이온으로 호칭하고자 한다. 이온은 조선 후기 문학가 겸 관료인 김성달(金盛達, 1642-1696)의 부실이다. 김성달이 진안현감으로 있을 때(1681.9-1686.4) 부실이 된 것으로 추측되며, 김성달 사후 남편의 본가가 있는 홍성 갈산 오두리에서 살았다. 김이챗
성달과의 사이에서 1남 3녀의 자녀를 두었다.
'탄수'는 '영수(詠愁)'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시는 계속되는 근심과 걱정, 답답하여 열리지 않는 마음의 고통! 도대체 이 끊이지 않는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자도' 시 역시 남편과 사별 이후 느끼는 외로움과 마르지 않는 눈물에 대우림기계 주식
해서 읊었다. 이 시의 다섯째 구에서는 "삶과 죽음이 갈라진 뒤 이리 오래되었다"고 말한다. 사별 후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향한 그리움의 감정은 더욱더 깊어만 갔고, 그 마음은 천지간에 홀로 놓여 있는 듯한 고립감으로 다가왔다. 급기야 자신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송장 같은 외로운 혼"이라 표현하기에 원자재펀드
이르렀고, "바람에 실려 남편의 무덤이 있는 양주(楊州)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 극한의 고독을 노래했다.



'봉록집' 표지와 봉록집에 실려 있는 '이온시고서'.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문학가 남편 만나 한시를 짓게 된 사연=김성달의 증손자 김이곤(金履坤, 1712-1774)은 서증조모 이온의 시집에 서문을 썼다. '이온시고서'는 김이곤의 문집 '봉록집'에 수록되어 있다. 시고의 서문에 의하면, 이온은 무관(武官) 집 서녀로 태어났는데, 김성달의 부실이 되기 전까지는 시문(詩文)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김성달은 무척이나 문학을 사랑한 남자였다. 그는 이온을 위해 직접 시를 지어 주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글 짓는 법을 가르쳤으나, 이온은 한사코 사양하고 주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학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이온이 그 어려운 한시를 짓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온이 시를 본격적으로 짓게 된 것은 정작 남편 사후에 벌어진 일이다. 이온은 남편이 졸하자 방문을 닫고 남편의 유고를 껴안고 식음을 전폐하며 낮밤으로 곡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방문을 열어젖히고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이제는 가히 시를 지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그 시의 품격이 '몹시 맑고 놀랍도록 뛰어났으므로(淸高警絶)' 사람이 지은 것 같지 않아, 듣는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온이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시는 읽어내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시는 창작해 냈다는 사실이다. 조선 후기 대문장가 삼연 김창흡(1653-1722)은 이 일을 매우 기이한 일로 여겼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온의 시를 외우게 하였다. 김성달과 김창흡은 8촌 간이다. 이후로 이온의 이름이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이온은 우리나라 한시 비평사에서 언급된 부실 여성 가운데, 이옥봉(李玉峯) 다음으로 많이 거론된 여성이다.
이온의 이러한 특이한 일화와 시는 조선시대 문학평론가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평론가들은 이온의 시 작품에 대해 "아름다운 시어가 많다, 놀랄만한 구절이 많다, 암송할 만하다, 청신하다" 등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왼쪽부터)이온의 '탄수', 김성달의 '증시', '우진'의 표시.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고독으로 일관된 시 창작=김성달은 본부인 이옥재(李玉齋, 1643-1690)와도 매우 깊은 부부애를 지닌 사람이었다. 이옥재와는 지기지우처럼 지내며 부부시집 '안동세고'를 남겼다. 김성달은 부실에 대하여서도 동반자 너머 문학스승 역할을 자임했는데, 이온이 낳은 서녀도 글을 가르쳐 시인으로 만들었다. 김성달, 이온, 서녀 이 세 사람의 시작품은 시집 '우진'으로 엮였다.
'우진'에는 김성달이 이온에게 써준 24수, 이온의 시 18수, 서녀의 시 11수 총 53수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김이곤이 '이온시고서'를 지은 것을 보면, 이온의 단독 시문집 '이온시고'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측되나 시집의 존재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우진'에 수록된 이온의 시는 탄수·추야즉사·한중잡영 2수·영해당·호거즉사·추야서회·춘수 2수·수야서회·죽서호운·몽회·감회·강촌즉사·화산지감차제인운·우제감별·객중송별·자도 등이다.
이온의 시에 흐르는 주된 정서는 그리움과 고독이다. 이온이 남편 사후부터 시를 짓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승으로 떠난 남편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이 그녀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온의 고독과 시름은 빈 방·외로운 침상·쓸쓸함·외로운 혼·시름·창가의 시름·창자가 끊어지는 듯한·시름겨운 한평생·흐르는 눈물·온갖 슬픔 등의 시언어로 형상화됐다.
이온이 이러한 정감의 시를 짓게 된 밑바탕에는, 두말할 여지 없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남편의 부재로 인한 이별의 한이 자리하고 있다. 위의 '탄수'시에서 읊은 것처럼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그 끊어지지 않는 근심'이 그녀의 삶을 고독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적자녀와 시로 소통하며 차별 없는 가족문화 일궈내=조선시대에 국가가 군신(君臣)의 구분이 명확했듯이, 가족 내에서는 처첩·적서의 구분과 서열이 엄격했다. 그러한 면에서 부실과 부실의 자식은 아무리 양반 남성과 혈연적 관계를 맺고 유전인자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정상적 가족 질서 속에 편입되기 어려운 불완전한 신분이었다. 차별적인 취급을 당해야만 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온은 김성달의 본부인 이옥재가 낳은 9남매 자녀들에게 어머니로서 대접을 받았던 사실이 주목된다. 김성달 가족은 바닷물 소리 출렁이는 오두리에서 서해의 낙조와 고깃배, 갈매기소리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문학가족이다. 가난했으나 화목했고,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이 돈독했다. 김성달 가의 9남매는 그러한 가족문화 속에서, 세상을 일찍 하직한 친부모를 대신해서 서모 이온을 친부모처럼 섬겼다.
적자녀들은 서모, 서 형제들과 함께 가족의 문화를 공유하며 차운시를 지어 서로의 사랑을 나누고 격조를 높였다. 특히 김성달·이옥재 부부 사후에는, 서모 이온과 이옥재 자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가운데 한시가 창작됐다.
서모와 격의 없이 시를 창작하는 문학 가족의 모습은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가족문화이다. 그리하여 김성달·이옥재·이온의 가족 16인은 우리나라 문학사에 일찍이 없었던 '전 가족 시인'이라는 위업을 이룩한 미증유의 가족이 되었다.
300년 전, 우리나라 가족문학의 유토피아가 거기 오두에 있었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