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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서문에 새 가게가 생겼다. 이름부터 노골적인 ‘1000원 빵집’. 요즘 거제에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근 990원짜리 소금빵으로 난리였다. 우연히 가격도 파는 품목도 같지만 서로 다른 얘기다. 거제의 1000원 빵집은 지하철 빵집과 구조가 유사하다. 키오스크만 덜렁 놓인 무인 가게. 건설 현장 인부들에게 간식으로 납품하는 대량생산 빵을 주로 판다. 투명 포장지에 하얀색 글씨로 작게 빵 이름과 성분표만 적힌 그 빵. 대체로 퍽퍽해서 음료수 없이 먹으면 목구멍이 콱 막히는 그 빵. 빵집을 드나드는 이들 중 다수가 외국인 노동자다.



거 국민은행 1년적금 제도 한화오션 근처 무인빵집에서 파는 1000원짜리 빵. /천현우 제공


2015년 이전, 조선소가 가장 잘나갔던 시절을 상징하는 풍경은 불이 꺼지지 않는 옥포였다. 조선소에선 매일 크고 작은 회식이 있었고, 마셨다 하면 새벽까지 달렸다. 폭음 후 고작 4~5시간 잔 다음 출근해 토요일까지 일하던 노 모집내용 동자들은 일요일에 인근 휴양지로 차 몰고 나가서 비싼 숙박 시설에 묵으며 외식을 즐겼다. 당시 조선업의 풍요는 곧 거제의 풍요였다. 지금 조선소는 주가만 봐선 왕년 부럽지 않게 잘나가고 있다. 하지만 거제는 빈곤하다. 간판이 새로 달리는 곳보다 떨어지는 곳이 더 많다. 내국인 지갑이 두툼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임금은 깎였는데 올라오지 않고, 한번 오른 일반적 습득공고 방법 물가는 도로 깎일 리 없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내국인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유입은 늘어나지만 지역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는 돈을 지독하게 안 쓴다. 말 그대로 생필품만 산다. 한 명 살기도 좁은 원룸에서 두세 명이 낑겨 산다. 조선소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과자 하나 놓고 술 마시는 이들 한국 항공사 태반이 외국인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착잡하다. 저들 태반이 본국에 가정을 꾸린 기러기 부모다.
최근까지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에서 일하고 온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니 임금 차이가 4~6배 났다. 한국에서 담배 한 갑과 음료수 한 캔만 참으면 가족이 졸리비(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많은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대부업체 사정이 이러하니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일한 군것질거리가 1000원짜리 빵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뉴스1


거제에 활기가 돌게 하려면 조선소 노동자 평균 임금을 올려야 한다. 내국인만 더 주고 외국인은 외면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함은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며 법으로 정해 놓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임금을 올린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봐야 한다. 다만 무턱대고 상승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그래 봐야 외국인 노동자는 더 많이 번 돈을 몽땅 고국으로 송금할 뿐이다. 국내 조선소의 외국인 근로자는 2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없이는 배를 만들기 어렵다. 국내 ‘빅3’인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서 일하는 11만2500명(협력사 직원 포함) 가운데 외국인은 작년 기준 2만200명으로 18%에 달한다.
여기서 성긴 제안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임금 상승분을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로 지급하면 어떨까? 만약 월급에 50만원을 더 얹어 준다면, 이를 오로지 거제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말이다. 내국인은 어차피 생활비로 써야 할 돈이니 거의 온전하게 임금 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핵심은 계속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가 지역에 돈을 쓰도록 유도하기다. 이들이 생필품 이상의 소비를 하도록 만들자. 기술 장벽은 높지 않으리라 본다. 우린 이미 민생지원금을 한 번 배포해 보지 않았는가. 비슷한 방식으로 지급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아파서 신음하는 거제 지역에 영양제 한 방 꽂아줄 수 있지 않을까.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완전히 귀화하는 계기도 줄 수 있다. 돈 벌고 송금하는 일상만 반복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거제, 나아가 한국은 계속 살고 싶은 장소가 아니다. 그저 말 안 통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일터일 뿐이다. 외국인이 타국에 매력을 느끼려면 결국 돈 쓰고 놀아봐야 한다.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실제 정주로 이어지지 않겠나. 배 만드는 회사들은 모쪼록 지역에 돈이 돌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자. 조선업이 무너졌을 때 거제는 회사와 고통을 나눠 받았다. 함께 아픈 시간을 견딘 지역과 왜 과실은 나누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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