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우리 세포는 70%가 물입니다. 생명은 그 '흔들림'을 이용해 스스로를 바꾸지만, 실리콘은 그렇지 못합니다. 바로 그 차이가 생명과 인공지능의 출발점이지요."
심장 전기신호를 세계 최초로 수학 모델로 구현한 영국 옥스퍼드대 데니스 노블 명예교수는 서울대 '룩스 메아(Lux Mea) 포럼' 대담에서 이렇게 말하며 생명과 기술의 경계를 짚었다.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제1차 룩스 메아(Lux Mea) 포럼'(서울대 정밀기계설계연구소 주관, 대구경북과학기술원·서울대 RISE사업단·기계공학부 BK사업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단·SNU 10-10 사업단 공동주최)은 'Bio and Silicon'(생체와 반도체)을 화두로, 물 위에 선 생명과 실리콘 위에 선 인공지능(AI)의 차이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대담에는 노블 교수를 비롯해 안성훈 서울대 교수, 이건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참여했다.
제작진은 포럼 전후 이들 3인의 석 바다신릴게임 학을 만나 포럼의 주제와 비전에 관한 의견을 담았다.
세 석학은 "AI 시대, 인간 지능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두고 생물학·공학·대학 교육의 관점에서 다양한 답을 내놨다.
◇ "생명은 '흔들리는 물', AI는 '고정된 실리콘' 위에 서 있다"
노블 교수는 평생 생명 시스템을 수학과 컴퓨터로 분 바다이야기디시 석해 온 생리학자다. 하지만 이번 포럼 무대는 공학자들과 공유하는 '융합의 장'에 가까웠다.
"사실 생명과 기술을 잇는 일은 지금 갑자기 중요해진 게 아니다. 1960년, 컴퓨터 계산으로 심장 리듬을 재현했을 때부터 나는 이미 공학과 수학을 함께 쓰고 있었다. 그 일을 65년째 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이번 강연 제목을 바다이야기고래 '물에서 태어나, 실리콘 위에 세워지다'(Born of Water, Built on Silicon)라고 붙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노블 교수는 "우리 몸의 살아 있는 세포는 약 70%가 물이고, 나머지가 DNA·단백질·대사물질·신경전달물질 같은 분자"라며 "물 분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 부딪히고, 이 무작위적인 운동이 생명 내부의 확률성과 다양성을 바다이야기5만 만든다"고 말했다.
반면 실리콘은 '움직이지 않는 결정'이다. 그는 "실리콘의 분자들은 결정 구조 속에 단단히 고정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며 "생명은 분자 수준의 우연한 움직임을 DNA와 단백질 변형 같은 형태로 끌어와 자기 목적으로 활용하지만, 실리콘은 그런 물리적 무작위성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AI 프로그래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이것이다"라며 "물에서는 일어나지만 실리콘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우연한 사건을, 어떻게든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그들의 몫이지만, 두 세계의 차이가 근본적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챗GPT는 '정리'를, 인간은 '다음 질문'을 만든다"
노블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 창의성의 차이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챗GPT에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물어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그리고 빠르게 답해준다. 우리가 몇 주를 검색해야 할 일을 몇 분 만에 해낸다. 그래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는 도구다."
하지만 그는 "인간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 모든 정보를 통합해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든다. '내가 다음에 무엇을 연구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나도 아직 모른다. 그런데 AI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바로 그 지점이 다르다."
노블 교수는 "예술가이든 과학자이든, 창의적인 개인은 본능적으로 이런 '다음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현재 AI는 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 창의성은 우리 신경계 안과 주변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을 활용하는 데서 나온다"고 짚었다.
그는 또, "그런 우연의 사건들은 인터넷 어딘가에 저장된 데이터가 아니고 그저, 지금 여기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AI는 아직 그것을 시뮬레이션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생물학의 기초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국과 미국, 전 세계 협력자들과 함께 교육 영상을 만들고 있다"며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와 토론할 때도 '만약 당신이 옳다면 우리는 50년 동안 틀렸던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즉 DNA만 보면 유기체를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룩스 메아, 서로 다른 지능이 만나는 '융합의 등불'"
이번 포럼을 기획한 안성훈 서울대 교수는 행사의 출발점을 '진리'에서 찾았다. 서울대 교훈인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에서 이름을 딴 룩스메아포럼은 급변하는 기술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과 '새로 밝혀야 할 것'을 함께 묻는 장을 표방한다.
안 교수는 "대학에는 '진리'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지만, 연구가 계속되는 한 새로운 이론과 사상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교과서에 적힌 것만 신뢰(trust)하지 말고, 이제 막 등장하는 생각들을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포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첫 회 연사로 노블 교수와 이건우 총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노블 교수는 생물학에서 새로운 흐름인 시스템생리학·시스템생물학을 창시한 인물로, '물 기반 지능'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는 분"이라며 "이건우 총장은 전통적인 공학과 인공지능·CAD(컴퓨터지원설계)를 잇는 세계적 석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서로 전혀 다른 분야지만, 결국 화두는 '지능' 하나로 모여 물 위에 선 지능과 실리콘 위에 선 지능이 어떤 접점을 가질 수 있는지,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학문과 해법이 나올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며 "기존 학문이 갈 데까지 간 지금, 융합을 통해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포럼 확산 계획에 대해 그는 "이번처럼 언론과 협력해 내용을 알리고, 강연 영상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주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앞으로도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융합적 관점에서 진리를 묻는 자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바이오와 실리콘을 잇는 다리, AI와 로봇"
기계공학자이자 DGIST 총장인 이건우 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AI와 로봇을 "생명과 기술을 잇는 다리"로 설명했다.
"바이오는 생명체와 자연 현상, 실리콘은 반도체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을 뜻한다. 생명체는 연속적인(continuous)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실리콘 쪽은 하나하나 분리된(discrete) 디지털 시스템이다. 이질적인 두 세계가 만나려면 그 사이를 이어줄 '다리'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AI와 로봇이 하게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노블 교수가 "심장을 시뮬레이션한 '디지털 트윈의' 원조 격 인물"이라는 점을 짚으며 "애초부터 융합적 사고를 가진 과학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본인은 2007년 서울대 산하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만든 사람으로, 국내에서 '융합'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쓴 세대"라며 "바이오와 첨단기술을 잇겠다는 DGIST의 지향과 맞아떨어져 함께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AI는 결국 계산기처럼 누구나 쓰는 도구(tool)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인터뷰 질문을 만들 때도 AI를 돌려볼 정도로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효율성이라는 큰 문제가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지금 AI는 엄청난 전력을 쓰고,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 반면 인간의 두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에너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며 "결국 AI도 점점 우리 두뇌와 비슷한 방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고, 그 첫 단계가 제가 보기엔 '퀀텀 AI'(Quantum AI)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이 등장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포럼 이후 계획에 대해 "오늘 같은 인터뷰가 하나의 출발점"이라며 "대학 안에서는 세미나와 공개 강연, 지역사회에는 오픈랩 등으로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계속 알릴 생각"이라고 했다.
안성훈 교수는 "룩스메아포럼은 과학·공학의 최신 논의를 넘어, 철학과 종교까지 포괄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장이 되고자 한다"며 "생명과 실리콘, 인간과 AI를 잇는 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내레이션 : 유세진, 영상 : 박소라 PD>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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