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춘천 근화동의 한 주택가에서 춘천YMCA와 근화초, 부안초 학생 30여명이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최수현 기자



“연탄은 반드시 두 손으로 안전하게, 천천히 앞사람의 템포에 맞춰 날라주길 바라요”

지난 15일 오전 10시 춘천 근화동의 한 주택가 앞. 초등학생 30명이 우비와 빨간 목장갑, 방진마스크를 착용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춘천YMCA와 근화초, 부안초 학생 30여명은 춘천연탄은행을 도와 지역 연탄 가구에 연탄 500장을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 장비 착용을 마친 사이다쿨 학생들은 트럭에서 연탄창고까지 35m 남짓한 좁은 골목을 한 줄로 메워 서서 트럭에 쌓인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본지 기자도 손을 보태 연탄을 하나씩 전달했다. 건네받은 연탄은 생각보다 묵직해 순간 팔이 아래로 떨어졌다. 왼손으로 연탄 아래 모퉁이를 받쳐 기울이고 오른손으로 옆면을 감싸 들어 전달했다. 연탄 한 장의 무게 모바일야마토 는 3.65㎏. 앞선 학생으로부터 연탄을 건네받고 몸을 돌려 다음 학생에게 넘기는 건 3초 남짓이지만, 연탄을 200장쯤 옮겼을 땐 왼쪽 팔이 점차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착용한 투명 우비에도 뿌옇게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연탄 적재가 밀리면서 연탄을 들고 있을 땐 학생들이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곧이어 연탄이 묻은 얼 모바일바다이야기 굴과 마스크를 서로 마주하자 앓는 소리는 웃음 소리로 바뀌었다.
학생들과 금세 손발을 맞춘 덕에 연탄 500장이 약 1시간 만에 김덕분(87)씨의 연탄 창고를 가득 메웠다. 50장 남짓 남았을 땐 지친 일부 학생들이 연탄을 끌어안듯 받아 전달하며 마지막 힘을 짜내기도 했지만, 다행히 한 장도 깨뜨리지 않고 무사히 배달을 마쳤다.
바다이야기부활 김 씨는 “요새는 날이 추워 밤에도 두 번씩 갈아야 한다. 하루에 못 떼도 6장은 사용해야 해 연탄이 부족했던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와서 연탄을 날라주니 고마울 뿐”이라며 학생들이 자리를 뜰 때까지 곁을 떠나지 못했다.
이날 봉사에 참가한 권빛나(13) 학생은 “주말엔 보통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많은데, 이렇게 밖에 나와 의미 릴짱 있는 시간을 보내니 몸은 힘들지만 뿌듯하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강원도내 연탄 사용 가구는 1만 5841가구로, 춘천 803가구, 원주 656가구, 강릉 2500여 가구 등이다. 일반적으로 겨울 한 철을 나려면 800~1500장이 필요하다. 연탄 1장의 가격은 지난해까지 900원 선이었으나, 공장 폐업과 폐광 등으로 최근 1000원을 넘어섰다.

춘천연탄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연탄도 부족하고 일손도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올해 후원이 작년에 비해 30% 감소된 상태다. 오늘 배달을 마친 어르신 집도 연탄이 몇 장 남지 않아 오늘 봉사와 후원이 없었다면 당분간 냉골로 지냈어야 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도와줘 큰 힘이 됐다. 시민들이 후원과 봉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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