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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기러기는 가을을 알리는 겨울철새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해마다 추석 일주일 전이면 월동을 위해 어김없이 한강 하구 농경지를 찾아, 가을걷이의 전령사 구실을 하기도 한다. 풍요를 상징하는 친숙한 새 큰기러기가 지난 26일, 예년보다 사흘 정도 일찍 한강 하구를 찾았다.



쇠기러기.





큰기러기와 쇠기러기(가운데)가 함께한다.


아직 추수가 시작되지 비용처리 않은 농경지도 많아 앉을 곳이 마땅치 않지만, 군데군데 이른 벼를 심고 추수를 마친 논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육중한 몸을 하늘에 맡기고 부드럽고 힘차게 나는 기러기의 몸짓은 자연에 순응하는 이들의 삶을 드러내는듯하다. 땅으로 내려앉을 때는 짧은 꼬리 끝 흰 깃이 마치 부채처럼 펼쳐져 순박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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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에 늘어선 수숫대가 가을의 정겨움을 더한다.





일찍 추수한 논에는 벼 새싹이 푸르게 돋았다. 11월 초순께면 본격적인 벼 베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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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한 논에서 휴식을 취하는 큰기러기. 2,000km의 여정이 고단했을 것이다.


큰기러기가 짧은 주황색 다리로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유난히 하얀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모습은 해학적이다 못해 귀엽기까지 하다. 순한 얼굴에 선하고 웰빙아파트 싶은 눈은 어쩐지 가련해 보이기도 한다.



함께 행동하는 큰기러기 가족.





큰기러기는 드물게 자리 싸움을 하는데, 목을 길게 뻗어 힘을 과시하기만 하는 신한은행일반전세자금대출 평화로운 새다.


큰기러기는 매우 진중한 성격이다. 차분한 행동이 사색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 월동 중에는 공동체 생활을 하지만 다툼도 없는 편이다. 자리싸움이라고 해봤자 긴 목을 서로 낮추고 앞으로 길게 뻗어 서로 흔들며 힘 과시를 하는 정도다.



큰기러기 부부.





먼 길을 날아와 날개를 풀고 있는 큰기러기.





기지개를 펴면서 피곤한 몸을 달랜다.


가족애가 강해 먹이도 함께 먹고 이동도 같이 한다.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한다. 암컷과 수컷 중 하나가 남게 되더라도 새로운 짝을 맺지 않고 홀로 산다. 이 때문에 예부터 기러기는 정절의 상징으로 혼례식에 등장하고는 했다. 신랑이 신붓집에 기러기를 가지고 가는 의식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전통 결혼식에서는 목각으로 된 기러기를 올려놓는다.



착지를 위해 내려올 때는 속도 조절과 동시에 다양한 비행 기술을 선보이며 안착 지점에 착륙한다.





착지를 위해 내려오고 있는 큰기러기.


기러기만큼 여러 이름을 가진 새도 드물다. 큰기러기는 가을에 무리를 지어 찾아오는 새라 하여 ‘추금’(秋禽), 달밤에 떠다니는 새라 하여 ‘삭금’(朔禽)이라 불린다. 변하는 계절 소식을 전한다고 하여, 편지를 일컫을 때 기러기 안(雁)자를 써서 ‘안서’(雁書)라고도 했다.



농경지로 날아드는 큰기러기.





벼를 벤 논은 큰기러기의 먹이터이자 휴식 공간이다.





큰기러기의 힘찬 날갯짓.





가을을 배경으로 큰기러기가 오르내리는 모습이 풍요롭고 정겨워 보인다.


큰기러기의 몸길이는 76∼89㎝ 정도이며 암수 모두 크게 멋을 부리지 않은 단순한 색을 지녔다. 깃털 색이 화려하진 않지만 조화롭고 지루함이 없다. 몸 전체가 회갈색이고 등을 비롯한 위쪽이 진하다. 검은색 부리의 끝에는 황색의 띠가 있다. 날개 끝과 꽁지는 검은색이고 꽁지깃의 가장자리에 흰색의 띠가 있다. 위아래 꼬리덮깃은 흰색이며 다리는 주황색을 띠고 있다.



추수가 계속될수록 먹이터와 휴식 공간이 확장되어 기러기는 즐겁기만 하다.





큰기러기가 앉아있는 논 뒤로 벼 베기가 한창이다.


유라시아 대륙 북부의 개방된 툰드라 저지대에서 번식하고, 유럽 중·남부, 중앙아시아, 한국, 중국 황하·양쯔강 유역, 일본에서 월동한다. 큰기러기가 한반도에 도착하면 이때부터 겨울철새들의 본격적인 월동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한강 하구는 겨울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서식지인데, 큰기러기가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아오기 때문이다. 큰기러기는 이후 충남 태안 천수만, 금강, 전남 영산강, 경남 창녕 우포늪, 창원 주남저수지 등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월동지에 처음 도착한 기러기들은 유난히 경계심이 강한 편이다.





기러기는 항상 무리를 지어 나는 습성이 있다.


기러기는 높이 날며 더러운 땅에는 앉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천 년부터 각인된 기억으로, 변함없이 한반도를 찾고 있다. 그러나 점차 이들이 살아갈 땅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에겐 가장 정겨운 새지만, 우리가 이 땅을 지키지 못한다면 더이상 기러기가 앉지 않는 땅이 될 수도 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새는 뒤돌아서지 않기 때문이다.
큰기러기의 비상 연속 동작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